'무관의 여제' 할레프, 마침내 메이저 첫 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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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프랑스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할레프. [UPI=연합뉴스]

프랑스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할레프. [UPI=연합뉴스]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세계랭킹 1위 시모나 할레프(27·루마니아). 그동안 ‘반쪽짜리’ 1위로 불렸다. WTA투어에서 16차례나 우승하며 상금 2349만4071달러(약 253억원)를 벌어들였지만 정작 메이저 대회에선 1승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이저 무관의 여제’였던 할레프가 드디어 한을 풀었다.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 정상 #미국 스티븐스에 2-1 역전승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올라

할레프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에서 미국의 슬론 스티븐스(10위)를 2-1(3-6 6-4 6-1)로 물리치며 정상에 올랐다. 할레프는 1세트를 먼저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2세트에서도 0-2로 끌려갔지만, 이후 내리 4게임을 따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2세트를 6-4로 잡은 할레프는 여세를 몰아 3세트를 6-1로 마무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220만 유로(약 27억8000만원). 2014년과 지난해 프랑스오픈, 올해 호주오픈에서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세 번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던 할레프는 이번 우승으로 지긋지긋한 ‘메이저 징크스’를 떨쳐냈다.

4세 때 테니스를 시작한 할레프는 어릴 적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17세 때인 2008년 프랑스오픈 주니어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여자테니스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하지만 성인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참가한 WTA투어 대회에서 잇따라 초반에 탈락했다.

2009년 할레프는 고심 끝에 큰 결단을 내렸다. 바로 가슴 축소 수술을 받기로 한 것이다. 당시 할레프의 가슴 사이즈는 86㎝에 더블D컵이었다. 가슴이 너무 커서 경기에 지장을 받는다고 판단한 할레프는 고심 끝에 가슴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할레프는 수술을 받고 난 뒤 “가슴이 너무 커서 상대의 샷에 빠르게 반응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허리 통증까지 생겨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수술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가슴 축소 수술은 할레프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수술을 받은 이듬해인 2010년 처음으로 WTA 투어 단식 결승에 진출했다. 그해 7월에는 세계랭킹 100위 벽을 넘어섰다. 이후 할레프는 2013년 6월 생애 처음으로 투어 단식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을 11위까지 끌어올렸다. WTA 기량발전상을 받은 것도 2013년이다.  2014년 세계랭킹 2위로 올라선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1위에 등극했다.

할레프의 플레이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키가 1m68㎝로 작은 편인 그는 서브가 강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상대의 샷을 예측하는 두뇌 플레이가 탁월하고, 끈질긴 수비로 상대를 제풀에 나가 떨어지게 만든다. 실책이 적은데다 강한 스트로크도 갖춰 상대하기 까다로운 스타일이다. 할레프는 “지난해 세계 1위에 오른 것이 부담이 되기보다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며 “14세 때부터 메이저 우승의 꿈을 키웠다. 이왕이면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고 싶었다. 꿈을 이뤘다”며 기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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