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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이틀 일해 분량 1초…움직이는 월레스 만나기 쉽지 않네요

중앙일보

입력

(왼쪽부터)심다인 전시담당자, 이지윤·주은성 학생기자가 영화 '숀더쉽' 속 한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부터)심다인 전시담당자, 이지윤·주은성 학생기자가 영화 '숀더쉽' 속 한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한 사람이 이틀 일해야 1초 분량을 만들 수 있어요"

'아드만 애니메이션-월레스&그로밋과 친구들' 전시

깨알같은 손재주로 점토를 빚어 영화를 만드는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지난 1976년 문을 연 후 올해로 42주년을 맞은 아드만 스튜디오는 디즈니·픽사처럼 애니메이션을 전문적으로 제작하죠.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 등 유명 작품들이 여기서 탄생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들이 제작 과정을 엿보기 위해 '아드만 애니메이션-월레스&그로밋과 친구들'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심다인 전시 담당자가 동행했죠.

월레스와 그로밋이 달에 치즈를 먹으러 가는 일화서 등장한 우주선이다.

월레스와 그로밋이 달에 치즈를 먹으러 가는 일화서 등장한 우주선이다.

"아드만 스튜디오는 큰 애니메이션 회사예요. 영국 브리스톨에 있고요. 점토 캐릭터를 손으로 만들어 초마다 사진을 찍고, 그것을 이은 이른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하죠. 절친한 사이던 피터 로드와 데이비드 스프록스턴이 재미로 하던 일을 전문적으로 하자며 창립했고, 감독인 닉 파크가 나중에 합류했어요.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는 그의 손에서 탄생했답니다. 재미로 점토를 주물거리던 일이 수백 명을 거느린 거대 스튜디오로 커진 셈이죠."

고개를 끄덕이던 지윤이가 벽에 걸린 사진을 가리키며 "저건 누구죠" 물었어요. 사진 속엔 고개를 숙인 남자가 빨간 망토를 달고 서 있었죠. "'아드만 스튜디오'의 '아드만'이에요. 소심한 캐릭터라 특별한 동작 없이 앞으로 걸어가기만 하는 게 특징이죠. 이름은 코가 긴 땅돼지과 동물인 '아드(aard)'와 '슈퍼맨'의 '맨'을 '만(man)'으로 읽은 것을 더했죠. '아드만'은 스튜디오에서 탄생한 최초의 2D 애니메이션이랍니다."

뒤에 있던 곰 세 마리 영상과 트로피가 은성이를 사로잡았어요. "저 곰은 뭐라고 하는 거예요? 이거 진짜 트로피인가요?" 연달은 질문에 심 담당자는 "아드만 스튜디오가 오스카상을 타게 해준 작품 '동물원 인터뷰'"라며 "오스카상은 애니메이션계의 노벨상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쉽다"고 답했어요. 전시장의 오스카 트로피는 지난 1989년에 아드만 스튜디오가 받은 상이에요. 30년 전에 받은 상이 친구들 앞에 있던 거죠. "곰들이 하는 말은 당시 주택 재개발 단지 문제를 담은 거예요. 오래된 집을 허물어야 하는데 그럼 원래 살던 사람들이 갈 곳이 없겠죠. 이들에게 어려운 점을 묻고 답을 받은 후 동물 입으로 옮겼답니다."

아드만 스튜디오에선 영화 제작 전 다양한 형태의 아드 믹스 작품을 만든다. 연습 흔적이다.

아드만 스튜디오에선 영화 제작 전 다양한 형태의 아드 믹스 작품을 만든다. 연습 흔적이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점토 작품을 본 지윤이가 궁금한 게 생겼어요. "누가 만든 거예요? 재료가 뭐예요? 만든 후엔 안 굳어요?"라고 물었죠. 심 담당자는 "손으로 만든 거죠"라며 "보통 한 캐릭터에 한 애니메이터가 붙어요. 모형을 만들어 놓고 움직임을 전체적으로 책임지죠. 입을 움직인다든가 눈동자를 움직인다든가 하는 걸 다 조작해서 만들어요"라고 대답했어요. 아드만 스튜디오 작품들은 특수 제작 점토 '아드-믹스(Aard-mix)'로 만들어 지나치게 끈적거리지 않고 잘 굳지 않는다고 해요.

영화 '숀더쉽' 속 캐릭터들.

영화 '숀더쉽' 속 캐릭터들.

지윤이가 전시장 가운데 있던 영화 '숀더쉽' 점토를 가리켰어요. '숀더쉽'은 지난 2015년에 개봉한 영화로, 양들이 주인을 찾아 인간 분장을 하고 목장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내용을 담았죠. 전시장엔 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이 있었어요. 이 장면은 가수 비틀즈의 '애비로드(Abbey Road)' 앨범 커버를 패러디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동작마다 찍으려면 힘들겠어요." 은성이의 말에 이어 지윤이는 "아휴"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컴퓨터 그래픽으로 하면 빠르고 좋을 것 같아요" 했죠. 심 담당자는 "협업을 하거나 2D 애니메이션, CGI(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작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아티스트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작품이기에 더 의미가 있죠"라고 답했어요.

영화 '치킨 런'에서 장교 출신으로 활약하는 파울러.

영화 '치킨 런'에서 장교 출신으로 활약하는 파울러.

'숀더쉽' 말고도 '치킨 런'(2000), '플러시'(2006), '아더 크리스마스(2011)', '허당해적단'(2012) 등 아드만 스튜디오 작품들은 제작기간이 아주 길다는 공통점이 있죠. 점토로 만든 인물의 행동을 초 단위로 움직이며 촬영한 후 연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에요. "작품을 만들기까지생각을 많이 하고 여러 번의 스케치를 하며 노력을 했다는 게 보이나요?" 심 담당자가 묻자 학생기자들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어요. 각각 2006·2007년에 태어난 은성·지윤이처럼 소중 친구들에겐 머나먼 작품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좋은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남는 법이죠. 그 증거로 은성이가 '월레스와 그로밋' 단편 시리즈의 감초 악당 페더 맥그로우를 알아보았어요.

아드만 스튜디오에선 사람이 가면을 쓰고 초단위 사진을 찍어 연기한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가면마다 눈동자, 코, 입이 다르다.

아드만 스튜디오에선 사람이 가면을 쓰고 초단위 사진을 찍어 연기한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가면마다 눈동자, 코, 입이 다르다.

"저 이 펭귄 좋아해요. 귀여워서 갖고 싶을 정도죠." 은성이의 말에 심 담당자가 동의했어요. "정말 인기 많은 악당 캐릭터죠. '전자바지 소동' 에피소드 등에서 활약했는데, 이 펭귄의 특이한 점이 뭔지 알아요?" 그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유리알 눈이 보였어요. "다른 캐릭터의 눈은 대부분 플라스틱인데 이 펭귄 눈은 유리죠. 덕분에 더욱 빛나요." 옆엔 캐릭터가 탄생하기 전의 스케치가 가득했어요. "하나의 캐릭터는 한 번에 탄생하지 않아요. 하나의 캐릭터 또는 모형 등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그림을 그리죠. 재질은 어떻게 선택할 지도 계속 고민하고요.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야 캐릭터 성격에 더 어울릴 지 같은 걸 끊임없이 고민하는 거예요."

(왼쪽부터)주은성·이지윤 학생기자가 익명을 요구한 현장 관계자와 점토로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왼쪽부터)주은성·이지윤 학생기자가 익명을 요구한 현장 관계자와 점토로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전시를 본 학생기자들은 장인정신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진 작품들에 자극받은 듯했어요. "점토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은성이의 말에 체험장으로 향했죠. 두 학생기자는 나란히 앉아 개 '그로밋'을 만들었어요. 흰 점토를 둥글게 굴린 후 꼬물꼬물 움직여 이마와 입 부분을 구분했습니다. "잘 눌리네요" 지윤이가 웃었어요. 검은 점토로 귀와 코를 만들고 나자 흰 눈알과 눈동자만 붙이면 되었죠. "검은 눈동자를 작게 떼어 내려니 어렵네요" 지윤이가 말했어요. 조물조물 점토를 빚은 지윤이와 은성이는 마침내 그로밋을 완성했죠. 특히 은성이는 실제 그로밋과 거의 흡사한 완성품을 만들었어요. "직접 만들어 보니까 재밌어요. 가져갈래요."

(왼쪽부터) 심다인 전시담당자, 이지윤·주은성 학생기자가 영화 '치킨 런' 화면을 보고 있다.

(왼쪽부터) 심다인 전시담당자, 이지윤·주은성 학생기자가 영화 '치킨 런' 화면을 보고 있다.

'아드만 애니메이션-월레스&그로밋과 친구들' 

기간 7월 12일까지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디자인전시관
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오후 8시 매표·입장 마감)
가격 
일반(만 19~64세) 1만5000원
청소년(만 13~18세) 1만2000원
어린이(만 7~12세) 9000원
체험 만 5세 이상 누구나 정해진 시간에 참석 가능, 아드만 스튜디오 대표 캐릭터 그로밋·숀 등을 점토로 만들기(가격 4000원)
문의 02-577-8415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 전엔 여러 스케치가 그려진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 전엔 여러 스케치가 그려진다.

학생기자 취재후기
이지윤(서울 용마초 5)
만화로 볼 때는 그냥 재미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전시회에 와서 보니 하나씩 섬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척이나 놀랐어요. 평소에 영상 찍는 것과 점토 가지고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꾸준히 만들면 멋진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도 얻었죠.

심다인 전시담당자가 이지윤·주은성 학생기자에게 가면을 이용한 촬영을 설명하고 있다.

심다인 전시담당자가 이지윤·주은성 학생기자에게 가면을 이용한 촬영을 설명하고 있다.

주은성(과천 청계초 6)
일부 작품은 진짜 나무, 재료들을 사용해서 만들어 실제 집과 똑같아 보였어요. 캐릭터들은 '아드믹스'로 만들고 몸 안에는 철심을 넣어서 캐릭터가 설 수 있고 눈과 팔, 다리는 때마다 사용을 달리 하기 때문에 한 캐릭터당 수백 개를 시도해서 만들기도 한대요. 힘들게 만든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본 후 감동했습니다.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동행취재=이지윤(서울 용마초 5)·주은성(과천 청계초 6)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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