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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포커스] 샤이 보수, 판세 못 바꿔 vs 영남서 영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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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호 07면

지방선거 D-4 

선거 막바지엔 ‘숨은 표’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여론조사와 표심(標心)이 다를 수 있는지에 대한 탐색이다. 6·13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특히 투표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발표된 최근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초강세가 실현될지 관심사다. 현재로선 광역단체 17곳 중 14곳에서 민주당이 앞서 간다. 야권에선 그러나 “여론조사 때엔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으나 투표장에선 보수 후보에게 표를 던질 ‘샤이(shy) 보수’가 있어 투표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샤이 보수가 없을 리 없지만 그로 인한 변화는 미미할 것”이 다수설인 가운데 “적어도 영남·충청 등에선 격차를 크게 줄이는 등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쪽 논리를 따라갔다.

숨은 표, 변수 못 된다는 주장

과거 숨은 표 실상은 표본 잘못
보수 성향 결집할 요인 없어
격차 커 1, 2위 뒤집기 힘들 것 

다수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개표 결과가 현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과거 여론조사가 부정확했던 선례가 적지 않으나 그 이후 조사방법론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대표적 여론조사 기관에 속한 한 전문가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 간 대결, 그리고 2016년 총선 때 서울 종로에서의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와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대결을 예로 들었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2010년엔 20%포인트 차 이상으로 오 후보의 승리를, 2016년엔 오·정 후보 간 박빙 승부를 예측했었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었더니 2010년엔 오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접전 끝에 0.6%포인트로 신승했고, 2016년엔 정세균 후보가 12.9%포인트 차로 낙승했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 전문가는 “2010년엔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몰린) 덩어리’였던 KT 집전화번호를 사용, 조사해 여론조사기관들이 망신을 당했었다. 이후 RDD(무작위 생성 전화번호를 통한 임의 걸기) 방식이 도입됐고 ‘이 정도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집전화를 사용한 것 때문에 문제가 된 게 2016년”이라고 전했다. 이어 “당시 집권당이 강해서, 야당 성향들이 얘기를 못 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표본이 잘못돼 생긴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조사업계에선 2017년 이후 휴대전화 가상번호 조사 방식도 도입됐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지지도가 마지막 공표 때 16% 정도 나왔지만 우리 내부 조사에선 선거 하루이틀 전날엔 20%까지 나왔다”고 했다. 실제 득표율은 24.03%였다. 현재의 휴대전화 가상번호와 집전화 RDD 조사를 혼용한 조사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이미 검증된 만큼 이번에도 과히 틀리지 않을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가도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워낙 차이가 크게 나는 상태”라며 “16개 지역에서 1위를 못 맞힐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사람들에게 여론조사의 정확성은 1위를 맞히느냐 못 맞히느냐다. 최근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번 조사가 틀렸다는 얘기가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선거 국면의 정치학을 거론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출구조사와 관련돼 있다”며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전문가는 “대개 선거 막바지로 가면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이 활성화되지만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일이 없었다. ‘반민주당’이란 네거티브만으로 표심을 쏠리게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누군가라도 바라볼 대상이 있으면 결집할 텐데 그마저도 없다. 결집하기엔 보수 진영이 너무 무너져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 유권자들의 투표 동기가 약해진 상태여서 설령 결집 현상이 생기더라도 크지 않아 보수 후보들의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란 뜻이다. 그는 여론조사상 박빙으로 나오는 대구를 두고도 “이곳의 젊은 세대들은 그동안 투표 효능감을 느끼지 못했다. 보수 아닌 쪽에 투표한들 당선되지 않아 별달리 투표장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2016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을 거치며 달라졌다”며 “보수 성향이 결집하는 만큼 젊은 세대가 결집해 서로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재목 에이스리서치 대표는 “12일 북·미 정상회담 성과가 터무니없이 나온다면 모를까 변수가 될 법한 이슈가 없다”고 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마음 안 밝힌 보수 많다는 주장

“이렇게 부동층 많은 경우 처음”
60대 이상 투표율 높은 지방선거
여론조사·개표 큰 차이 날 것 

배종찬

배종찬

중앙무대에서 활동하는 여론조사 전문가 대부분은 ‘숨은 표’ 또는 ‘샤이 보수’가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낼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배종찬(사진)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조금 달랐다. 그는 “뒤집어진다고 말하는 건 그렇지만 여론조사와 개표가 큰 차이를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며 “전국적 현상은 아닐지라도 몇 곳에선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일단 주목하는 건 부동층이다. “20년 이 바닥(여론조사업계)에 있으며 지방선거에서 부동층 비율이 많은 건 처음 봤다”고 했다. 실제 지난 2~5일 실시한 KBS·MBC·SBS와 칸타퍼블릭·코리아리서치센터·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17곳 광역단체별 부동층 비율은 23.7(서울)~43.7%(경북)였다. 특히 경북·대구(41.1%), 충남(39.6%), 강원(37.6%), 인천(37.3%) 등에서 높았다. 그는 부동층을 ‘침묵의 나선’ 이론으로 해석했다. 정치적 소수 그룹에 있는 이들이 개인의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현상이다. 그는 최근 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오는 대구시장 선거를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대구에서 (누구를 지지하는지 밝히지 않은) 무당층에게 당선 가능성을 물으면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를 말한다. ‘내 의지’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층에 야권 성향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다”고 답하는 응답층도 거론했다. 60% 안팎이다. 일부 조사에선 69%까지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실제 득표율은 41.1%였다. 배 본부장은 “문 대통령은 15~20% 과다 대표되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찍었다는 이는 실제 득표율의 절반 수준이다. 여론조사에 문 대통령의 적극 지지층이 응하고 ‘샤이 보수’는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투표장에 안 나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 때의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비율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최근 조사에서 유선전화 비율이 높으면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 데 비해 휴대전화 비율이 높아지면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양상을 보인다면서다. 그는 “휴대전화 응답자들은 낮에도 전화를 받는, 대체로 화이트칼라들로, 진보 성향이 강하다”며 “유선전화와 휴대전화의 비율이 최근 여론조사의 지지율 차이를 만들어낸다. 어느 비율이 맞을지 정답은 아직 모른다”고 했다. 예를 들어 울산의 경우 유선전화를 100%로 했을 때 김기현 자유한국당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휴대전화를 추가함에 따라 박빙이거나 뒤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투표율 변수도 있다. 여론조사에선 모든 연령대가 똑같은 투표율을 보일 것이라고 전제한다. 배 본부장은 “20대 투표율이 35%, 60대 이상이 75%라면 여론조사의 수치와 실제 득표율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투표율이 77.2%였고 세대별 투표율도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2014년 지방선거에선 10~40대의 투표율이 40.7%인 데 비해 60대 이상에선 71.5%였다. 60대 이상에서 보수 지지 성향이 강한 만큼 보수 후보들에게 유리했을 것이란 의미다.

배 본부장은 “이런 변수들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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