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 안에 속옷 입으면 안된다?…日초등학교 교칙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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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등학생.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 초등학생.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의 일부 초등학교에서 체조복 속에 속옷을 입지 못하게 하는 교칙을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 측은 속옷을 입은 채 땀을 흘리면 몸에 한기가 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라 반발하고 있다.

이 논란은 지난달 한 학부모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겪은 일화를 공개하고,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도쿄도에 위치한 한 구립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이 엄마는 5월 초 등교 준비를 하던 아이가 "체육복 갈아입는 데 시간이 걸리니 속옷을 벗고 갈까"라는 혼잣말을 했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학교 규칙상 체조복을 입을 때는 속옷을 벗어야 한다고 아이는 답했다.

여자아이가 체조복 한겹만 입는 것을 걱정한 이 엄마는 담임선생님과 교장에게 교칙이 이상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자 담임은 "땀을 흘리면 몸에 한가기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고, 교장은 "땀 냄새가 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결국 교칙은 폐지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교복 메이커 간코학생복이 지난해 3월 도쿄도와 가나가와 현 거주 초등학생 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4.4%가 "학교 규칙상 속옷 착용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또 아사히신문이 복수의 학교에 문의한 결과 이 학교들은 1학년 때 어린이에게 이 같은 교칙을 가르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립초등학교에서는 "원칙적으로는 체조복 내 속옷 착용을 완전히 금지하나 예외적으로 브래지어가 필요해진 고학년 여자아이의 경우 '스포츠 브래지어' 착용을 허용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무관청인 스포츠청은 "그런 규칙을 두도록 지시한 적 없으며, 교칙이 엄한 정도는 학교에 따라 다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어린이의 신체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왜 학교가 사적인 영역에까지 간섭하느냐"며 비판하고 있다.

특히 고학년 여학생의 경우 성장 발달에 따라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하는데 교칙이 이를 금지하고 있다며 "이건 성적 학대 아니냐"는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소아과 의사 미야하라아쓰시(46)는 "여자 어린이의 발육상황을 잘 모르는 남성이 만든 규칙 아니겠냐"며 "속옷을 입지 말지는 운동을 하는 계절이나 운동, 아토피 등 개인의 건강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 모리토야스미(47)도 "어린이게도 프라이버시를 스스로 관리할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결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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