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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불가불가」연출〃채윤일 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부담감 때문에 미치겠습니다.』22∼26일 문예회관 대 극장에서 공연을 갖고있는『불가불가』의 연출자 채윤일 씨(42)는『약 20년의 연출생활 가운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란 말로 정신적 압박감의 중량을 대신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극단 세실의『불가불가』는 서울 국제 연극제에 선보이는 본격 국내 작품의 첫 무대이기 때문. 더군다나 첫 날을 제외하고는 공연기간 중 외국 극단 공연도 없어 관객동원에도 신경을 써야 해 그로서는 이중고를 안고 있는 셈.
작년 서울 연극제에 참가, 희곡 상을 따낸 이후 각종 연극관계 상을 휩쓸었던 이현화 작『불가불가』는「역사의 갈림길에서 반역자보다 더 나쁜 것은 얼버무리려는 군」라는 메시지를 극중 극의 형식으로 풀어나간 작품이다.
작년 공연에는 당시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에서 쿠데타로 일신의 영달을 꾀하지 않고 망해 가는 조국과 운명을 함께 하는 계백 장군 역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이번에는 을사보호조약 체결 당시 절대부정(불가,불가)도 부득이 한 긍정(불가불,가)도 아닌 모호한 대답을 하는 대신을 강조하는 쪽으로 연출 의도를 바꾸었다고.
그는『극단 배우들이「해본 것」이라는 안일함을 경계하느라 일부러 일부 배역을 바꾸고 신구(연출자 역)·이호재(조선대신 역)씨 등 중진 연기자를 끌어들여 전열을 가다듬었다』면서『다행히 첫 날 2회 공연의 입장객 6백50명 가운데 초대권 관객은 65명에 불과, 유료 관객 동원 면에서 그다지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 생각도 든다』며 모처럼 웃어 보인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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