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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 섬 1000여 곳 앵글에 담은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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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경남(오른쪽)씨와 부인 이선옥씨가 섬의 비경 촬영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묻혀 있거나 자취를 감춰 가고 있는 섬의 모습들을 육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21~27일 전남 목포 문화예술회관에서 '가고싶은 섬을 찾아-새와 야생화의 향연'이라는 사진전을 여는 고경남(42)씨. 그는 전시회에서 조류와 야생화를 찍은 사진, 바람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우이도 모래언덕과 압해도 송공산 습지를 비롯한 신안군 섬들의 비경.생태 등을 찍은 것 등 모두 5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고씨는 1996년부터 압해도에 있는 군립도서관의 사서로 일하고 있다. 주말과 휴일이면 카메라를 메고 섬들을 누비고 다녔다.

"육지에 나가 대학과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뒤 옛 생활용품.농기구 등이 자연사박물관이나 수집상들에게 팔려 가거나 주민들이 그냥 없애버려 매우 귀해진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신안군 도초도 출신인 그는 섬의 문화와 자연이 더 이상 없어지거나 망가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98년 목돈을 들여 디지털 카메라를 장만해 이 섬 저 섬 돌아다니며 셔터를 눌러댔다. 처음에는 민속자료와 유적을 주로 촬영하다가 야생화와 철새에도 렌즈의 초점을 맞췄다.

신안군은 유인도 72개와 무인도 755개, 총 827개 섬으로 이뤄진 지역. 고씨는 이 가운데 유인도 전체와 무인도 588개 등 모두 660개 섬을 직접 답사했다. 신안군과 인접한 진도군 등의 섬까지 합치면 그간 촬영한 섬은 1000개가 넘는다. 여객선이 다니지 않는 무인도의 경우 20만~50만원씩 주고 어선이나 낚싯배를 빌려 타고 드나들어야 했다.

"휴일에 집에 붙어 있지 않으면서 돈까지 많이 쓰니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습니까.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 시작한 초기에 아내와 다툼이 많았죠."

그래서 그는 아내 이선옥(39)씨에게 답사와 촬영의 의미.재미 등을 주입시킨 끝에 2001년부터는 함께 촬영을 다니고 있다. 고씨 부부가 촬영한 야생화는 약 900종, 조류는 317종. 민속자료와 문화유적은 파일 수만 320개에 이를 만큼 방대하다. 2002년 12월부터 1년2개월 간 신안군 관광문화과에 파견 근무하며 일부 유적을 문화재로 지정받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고씨는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은 2003년 환경단체와 함께 흑산도 근처에 있는 장도에서 습지를 발견, 람사습지로 등록한 것"이라며 "11월에는 섬들의 민속자료와 유적들을 찍은 것들을 가지고 두번째 사진전을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목포=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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