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로 직접 오나 주시 외교부 한밤 대책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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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단계로 탐사선의 출항 자체를 막는 데 외교력을 기울여 왔다. 탐사선이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으로 들어올 경우 법에 따라 나포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우리 측 EEZ로 탐사선을 들여보낼지를 결정하는 건 일본의 몫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일본 정부의 반응을 보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이 끝내 탐사를 강행하면 정부는 한국 측 EEZ 경계에서부터 저지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해양경찰청 등이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비한 행동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지 과정에서 자칫 물리적 충돌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본의 도발이 형식은 탐사지만 내용은 독도 영유권 주장에 있기 때문이다. 반 장관은 "외교적으로는 냉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국민들께선 냉철한 마음으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조용한 외교가 일본 정부의 도발만 불렀다는 비판에 대해 정부는 일본이 먼저 자극한 이상 반작용 차원에서라도 더 이상 조용하게만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정부는 일본과의 EEZ 협상에서 경계 기점을 종전의 울릉도에서 독도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이 독도문제를 EEZ 협상과 연계한 만큼 맞불을 놓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8년 신어업협정을 맺을 때나 이후 2000년까지 계속된 EEZ 협상에서 울릉도를 기점으로 한 안을 주장해 왔다. 학계 등에선 EEZ 협상에서 정부가 독도를 기점으로 삼지 않아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 지적해 왔다. 상황에 따라 단계별 대응 방침을 정했지만 정부에게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일본 탐사선에 대한 나포 등의 행위가 국제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정부의 조사선에 물리적인 행동을 가하는 것은 국제조약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리적 대응 수위를 정하기가 만만찮은 셈이다. 일본이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은 "감정이 격화돼 나포를 한다든가, 그 과정에서 인명 살상 등이 생기면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며 "재판소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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