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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첫날 후진타오 빌 게이츠 집서 만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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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수도인 워싱턴 방문에 앞서 18일(현지시간) 시애틀(워싱턴주)을 방문한다. 빌 게이츠(50)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자택에서 열리는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미국을 방문하는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백악관을 방문하기 전에 민간주택에서 열리는 만찬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 행사를 '7억 달러짜리 만찬'이라고 명명했다.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우이(吳儀) 중국 부총리가 MS로부터 7억 달러 상당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키로 합의한 점을 빗댄 것이다. 우이 부총리는 그때 해적판이 난무하는 중국의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강력한 단속도 약속했다.

후 주석과 게이츠 회장의 만찬은 게리 로크 전 워싱턴 주지사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회장은 이 자리가 중국 지도자에게 소프트웨어 재산권의 귀중함을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흔쾌히 수용했다고 한다.

후 주석은 지난해 시애틀에 있는 MS사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보는 바람에 미국 방문이 취소됐다. 시애틀 현지 언론들은 "게이츠 회장이 시애틀에서 후 주석과 만날 날을 고대해 왔다"고 전했다. 언론들은 "두 사람의 이번 만남은 당장 무엇을 얻기보다는 훗날의 큰 결실을 염두에 두고 서로 좋은 관계를 맺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찬에는 1971년 닉슨 행정부 시절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미.중 수교협상을 맡았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크리스틴 그레그와 워싱턴 주지사 등 100여 명의 저명 인사가 참석한다. 중국 진출에 적극적인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과 중국이 80대의 비행기를 구매키로 한 제임스 맥너니 보잉사 회장, 워싱턴주 인디언 부족 대표, 노벨상 수상자인 리 하트웰 암연구센터 이사장도 같이한다.

중국에서는 후 주석의 부인 류융칭(劉永淸) 여사를 비롯해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 마카이(馬凱) 국가발전개혁위원장,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 등이 참석한다. 만찬은 훈제 치킨 샐러드를 전채로 시작해 최고급 안심 스테이크 또는 알래스카 왕새우가 제공되며 밀크아몬드 케이크가 후식으로 나올 예정이다.

'게이츠 하우스'라 불리는 워싱턴호 동쪽 호반의 게이츠 회장 집은 시가 1억~1억4000만 달러에 이르는 초호화 저택이다. 게이츠 회장은 개인재산이 500억 달러로 12년째 세계 최고의 갑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편 백악관은 20일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도착하는 후 주석에게 만찬 대신 오찬을 베풀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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