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 평양행 열차표’ 발권…분단 이후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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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행 열차표’를 발권하는 행사가 서울역에서 열렸다. 3일 서울역 3층에 마련된 특별 매표소에서 고(故)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평양 가는 기차표를 다오’ 행사가 열렸다. 시민들이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경의선 연결의 시작점이 될 도라산역까지 가 고인의 뜻을 기리는 이벤트다. 아직까진 도라산역에서 평양 가는 길이 막혀 있지만, 시민들이 든 열차표에는 ‘평양행’이라는 글자가 굵게 찍혀 있었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플랫폼에서 서울역-평양역(도라산역) 열차 탑승 행사가 열려 전광판 행선지에 '평양'이란 문구가 나타나고 있다.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특별 편성 열차는 특별매표소에서 판매한 서울발 평양행 기차표로 도라산역까지 운행하며 도라산역에서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플랫폼에서 서울역-평양역(도라산역) 열차 탑승 행사가 열려 전광판 행선지에 '평양'이란 문구가 나타나고 있다.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특별 편성 열차는 특별매표소에서 판매한 서울발 평양행 기차표로 도라산역까지 운행하며 도라산역에서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 [연합뉴스]

사단법인 통일맞이·희망래일·평화철도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를 통해 특별 매표소에서 평양행, 모스크바행, 베를린행, 파리행, 런던행 열차표가 발권됐다.

행사를 주최한 ‘통일맞이’의 이사장을 맡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미정상회담이 잘 되면 냉전 분단 체제가 아니라 해방된 공간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종북 놀이’를 하며 정치했던 세력들이 이번 선거에서 사라지는 것 같다. 이번처럼 북풍장사를 안 하는 선거는 처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평양행 열차표를 발권받은 시민들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편성된 11량 정규 열차편으로 도라산역까지 이동했다.

분단 이후 첫 발권 평양행 기차표

이날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도 참석했다. 두 후보는 서울역 ‘명예역장’이 돼 시민들에게 평양행 열차표를 끊어줬고, 이날 낮 1시 5분에 떠난 ‘평양행’ 열차를 배웅하며 통일을 기원했다.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두 후보가 한 자리에 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플랫폼에서 열린서울역-평양역(도라산역) 열차 탑승 행사에서 1일 역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특별 편성 열차는 특별매표소에서 판매한 서울발 평양행 기차표로 도라산역까지 운행하며 도라산역에서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

'잘 다녀오세요!'

박 후보는 “1989년 문익환 목사가 지은 ‘잠꼬대 아닌 잠꼬대’라는 시를 보면 서울역에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조르는 장면이 나온다”며 “그 당시는 잠꼬대 같은 얘기로 들었지만 역사가 흐르고 우리 국민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10·4선언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경의선 복원 합의 등이 됐다”고 말했다.

문 목사가 1989년 방북을 앞두고 지은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 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 휴전선은 없다고 소리치는 일이라고 / 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역에 가서 / 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일이라고”

이 후보는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도라산역을 거쳐 평양으로, 원산을 거쳐 러시아로 가는 날이 꼭 올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국민의 뜻을 받들어 평화와 교류 협력 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역 전광판에는 최초로 ‘평양(도라산)’ 표시가 뜨고, ‘평양(도라산)행’ 탑승구를 안내하는 문구가 나왔다. 박원순, 이재명 후보는 오후 1시 5분에 떠난 '평양행' 열차를 배웅하며 통일을 기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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