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의 나라로' 중국학생들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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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유학온 중국 유학생이 8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유리한 취업 여건과 저렴한 학비 등으로 중국 학생들의 한국 유학 붐은 계속될 전망이다. 건국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유학생들이 사물놀이를 배우며 한국 문화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건국대 제공]

"대장금의 나라에서 유학한다는 자긍심뿐 아니라 취업 기회도 많아 경쟁력이 있다."

중국 상하이 시립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2006년 대학박람회'. 한국 대학 부스엔 유독 중국 학생들의 발길이 잦아 중국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하이 유력지 동방조보(東方早報)는 17일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 학생 수가 8000명을 넘어섰다"며 "중국인 유학생의 규모는 양국의 교역량 증가 추세에 맞춰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람회엔 한양대.원광대 등 19개 국내 대학이 참가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학생들이 국내 유학에 눈길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관련 취업문이 나날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이 끊이지 않는데다 요즘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이 한국 시장을 파고 들면서 '한국통'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신문은 "한국 유학생은 귀국 후 일자리가 많아 '하이따이'(海待.귀국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한 해외 유학생)가 거의 없어 대학 재학생 및 대학 입시생.학부모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을 끌어모으는 한국 대학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학 비용이다. 연간 4만~5만위안(약 510만~640만원) 수준인 학비는 미국.유럽 대학보다 훨씬 싸다. 또 중국 대학과 비교해도 그리 비싸지 않은 수준이라고 도시쾌보(都市快報)는 설명했다. 게다가 한국의 대학은 정책적으로 중국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 장학금 혜택도 많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생활비 부담도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 한국에선 연간 2만~3만위안 내에서 생활이 가능하지만 홍콩의 경우 적어도 10만위안은 필요하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학생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융통성 있는 학제도 중국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대학마다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고교 졸업생은 한국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받은 뒤 한국어 자격검정시험을 통과하면 소정의 면접을 거쳐 원하는 학과.학부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대학 재학생의 경우 한국으로 유학 오면 이미 딴 학점을 인정해주는 등 학생들에게 넓은 선택권을 주고 있다.

동방조보는 "주요 명문 대학이 서울 및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점도 한국 유학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의 중심지에서 한국을 체험하고 한류의 메카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자긍심도 명분과 실속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현실 판단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특히 서울은 생활비가 다른 도시보다 20~30% 더 들지만 중국어 과외 등 아르바이트 기회가 많아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중국 학생들이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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