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지구촌 축제가 「동네잔치」로 끝날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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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제행사가 자칫 「동네잔치」로 끝날 우려가 있다.
계획확정이 늦어 외국관광객관광코스에서 대부분 빠져있는 데다 안내책자 등 홍보가 제대로 안돼 외국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 관광회사에서 올림픽기간 중에 열릴 문화·예술행사 내용에 대한 문의가 자주 있지만 제대로 알려줄 방법이 없어 안타까워요. 안내책자가 너무 소홀해요.』
한국에 2년째 거주하면서 올림픽 시즌을 맞아 관광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는 「킴블리·길리아노」씨 (33· 여·미국인)의 지적.
「길리아노」씨는 『안내책자들을 다 뒤져봐도 행사명과 장소, 그것도 일부행사장 소개에만 그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서울올림픽을 소개하는 책자로는 올림픽조직위가 발행한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제24회 올림픽 종합안내」를 비롯, 10여종 이상이 발간돼있으나 「길리아노」씨 지적대로 문화·예술 행사는 일정정도만 간단하게 소개돼 있을 뿐이다.
전체적인 행사내용을 알 수 없는 것은 물론, 소개된 행사마저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를 안내해주는 교통편이나 약도·문의전화 같은 것은 아예 없다.
서울시 주최 문화·예술축제만 하더라도 지금껏 국내 매스컴을 통해 단편적으로 소개된 것이 고작.
옛 경희궁 터 시립미술관에서 열릴 서울미술제전이나 대학로에서 열릴 가로예술제 등은 20일부터 열리는데도 아직까지 외국인들에게 행사를 소개하는 책자조차 없다.
서울시가 뒤늦게 서울올림픽문화·예술행사를 위해 만들고있는 안내책자는 행사안내책자4만3천부, 화보 2만5천부.
화보의 경우 한글판 1만 5천부를 제외하곤 영문판 5천부, 불문판 2천부, 일문판 3천부씩이고 행사안내 책자는 한글판 2만 5천부를 빼면 영문판 1만부, 불문판 3천부, 일문판 5천부에 불과해 3만 6천여명에 이를 올림픽선수·임원·보도진들에게 겨우 1부씩 나눠 줄 정도여서 일반 외국 관광객들은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도 없다.
그나마 러시아어는 제쳐두고라도 스페인어·중국어·독일어로 된 것은 단 한 권도 없어 문화·예술행사를「지구촌 행사」로 만들겠다는 약속이 무색할 지경이다.
『설명문화가 부족한 탓인 것 같아요. 외국 친구들이 문화·예술축제 안내책자를 구해 달라는 부탁이 있을 때는 얼굴이 뜨겁고 정말 난처합니다.』
시인 문정희씨(41·여·경기대 교수) 는 당국의 준비 소홀·무성의를 나무랐다.
『행사계획 확정이 너무 늦었습니다. 대부분의 외국관광객들에게는 이미 3∼4개월 전에 여행코스를 예약해야 하기 때문에 문화행사 관광코스는 계약 때 전혀 넣을 수 없었습니다.』 올림픽 관광코스 지정업체로 선정된 롯데관광 측 얘기다.
우리의 전통문화·민속예술을 자랑스럽게 소개, 지구촌 축제로 만들려는 계획은 당국의 준비소홀로 한갖 「동네잔치」로 끝날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한 것이다.

<임수홍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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