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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세 명 목숨 구한 '군인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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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왼쪽부터 소희섭 준위, 윤기성 대위, 김주일 준위(조종사), 오기택 준위.

헬기 조종사가 200m 상공에서 엔진이 멈춘 헬기를 비상 착륙시켜 자신과 함께 탄 3명의 생명을 구한 사실이 17일 공개됐다. 육군항공학교에서 500MD 헬기 비행교관을 맡고 있는 김주일(44) 준위가 그 주인공이다.

200m 상공에서 엔진이 꺼진 헬기를 안전하게 비상착륙시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500MD는 1960~70년대 국내에 들어온 노후된 경헬기.

김 준위는 3일 오후 전북 전주 지역에서 비행교관 피교육생들에 대한 500MD 비행교육을 마치고 부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 상공에 이른 순간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엔진이 멈췄다. 이물질이 들어가 엔진이 부서진 것이었다. 그는 평소 피교육생들에게 가르쳐온 교범대로 프로펠러의 회전이 멈추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중에서 엔진이 꺼진 뒤 수 초 안에 엔진과 프로펠러를 연결하는 고리(피치)를 풀어주지 않으면 프로펠러는 다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쇠덩어리가 공중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 돼 헬기는 땅으로 추락, 산산조각이 난다.

김 준위는 헬기 아래 땅밑이 까마득하게 보였지만 침착하게 프로펠러 고리를 풀었다. 헬기가 공기저항을 받으면서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했고 헬기는 할공하며 하강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헬기 앞 정면으로 민가와 전신주가 나타난 것이다. 자연 할공하며 마을 한 가운데로 비상 착륙할 경우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생길 수 있어 또 다시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프로펠러 방향을 좌우로 바꾸며 마을 오른쪽 논바닥으로 헬기를 몰았다. 굉음과 함께 헬기 몸체가 논바닥을 쳤지만 꼬리부분만 일부 부서졌을 뿐 탑승자는 모두 무사했다.

함께 탑승했다 생명을 구한 소희섭(35) 준위는 "살려줘서 고맙다"며 김 준위를 끌어안았다. 김 준위를 비롯한 탑승자 4명은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18일 의형제를 맺는다.

김 준위는 84년 입대해 특전사에서 의무복무를 마치고 항공학교에 들어갔다. 그는 "헬기를 타고 공중낙하(점프)를 하면서 헬기를 조종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87년 1월 회전익(헬기) 조종사반 30기로 졸업한 그는 올해까지 헬기 비행 6200시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육군은 위기상황에서 탁월한 조종기량을 발휘하고 조치를 안전하게 한 김 준위에게 '웰던(Well Done)상'을 주기로 했다. 육군은 84년부터 비상사태에서 훌륭한 조치를 하거나 항공기 결함을 미리 발견해 사고를 예방한 우수 헬기 조종사에게 이 상을 줘왔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바로잡습니다

4월 18일자 28면 '동료 세 명 목숨 구한 군인정신' 기사 중 '충남 논산면 상월면'은 '충남 논산시 상월면'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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