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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방부장 화려한 서울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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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와대 찾은 중국 국방부장
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청와대를 예방한 차오강촨(曹剛川) 중국 국방부장(오른쪽에서 둘째) 일행을 접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한.중 국방 당국자가 교류, 협력하게 된 것은 엄청난 발전"이라고 말했다. 안성식 기자

17일 오전 11시. 방한 중인 차오강촨(曹剛川)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군복 차림으로 청와대의 노무현 대통령을 찾았다. 접견장엔 우리 측에서 윤광웅 국방부 장관, 청와대의 안보실장과 안보정책수석, 합참전략기획부장 등 고위 관계자가 배석했다. 중국 측도 닝푸쿠이(寧腑魁) 주한 중국대사와 창완취안(常萬全) 육군심양군구 사령원, 총참모장 비서, 국방부 외판실 부주임, 해군 부사령원 등 핵심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노 대통령은 "세상이 참 많이 변한 것 같다"며 "한국과 중국의 국방 당국자가 교류하고 협력하게 된 것은 엄청난 발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이 "오늘 중요한 분들이 다 오셔서 중국 국방에 지장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조크를 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2000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워싱턴을 방문한 조명록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백악관에서 화려한 장군복 차림으로 클린턴을 만난 장면을 연상시켰다.

차오 부장 일행은 오후에는 서울 국방부 청사를 찾았다. 차오 부장 일행이 연병장에 도착하자 국방부 군악대와 취타대의 연주가 울려퍼졌다. 두 장관은 무개차에 올라 의장대도 사열했다. 중국 국방부장의 방한은 츠하오톈(遲浩田) 전 국방부장 이래 6년 만이다. 지난해 윤 장관의 방중에 대한 답방 차원이다.

이날 국방부 주변의 분위기는 지난해 10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찾아왔을 때와는 대조적이었다. 당시 국방부 앞에선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반미 농성과 시위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날은 평온했다. 한 외교전문가는 "한.미관계는 시련을 겪고 있고 한.중관계는 단단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국방장관 회담에서 윤 장관은 "연간 교류 인원이 438만 명을 넘는 등 양국 관계가 큰 발전을 하는 시점에 서울과 베이징(北京)에서 번갈아 가며 회담을 갖게 된 것을 역사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오 부장은 "한국땅을 밟은 뒤 한국민들의 열정적 환영을 받았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간 이해의 진전과 더불어 친선 발전, 협조, 교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답했다.

윤 장관은 서해상에서 우발적 사태를 관리하기 위해 양국 해.공군 간 긴급연락망(핫라인) 설치와 국방장관 회담의 정례화 등을 제의했다고 김규현 국방부 국제협력관이 밝혔다. 윤 장관은 또 한반도 상공으로 무단 접근하는 미식별 항공기에 대한 정보 공유와 서해상 기관 고장과 사고 함정 구조훈련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른 시일 내 실무 차원의 협의에 나설 것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원칙적으로 공감을 표시했으며, 양국은 실무 협의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계속 협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관련, 윤 장관은 "자칫 남북 간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중국 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차오 장관은 "관계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불법 조업이 상당 부분 감소했으며 계속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방한에 앞서 북한을 다녀온 차오 장관은 국방장관 회담 개최 등 남북 군사협력에 대한 북측의 의중을 간접 전달할 것이라는 우리 측의 기대와 달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김 협력관이 전했다. 다만 차오 장관은 "방북기간 북한이 경제발전에 매진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김 협력관은 덧붙였다. 차오 장관 일행은 19일 중국으로 떠난다.

최훈.오영환 기자<choihoon@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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