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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마리아나 해구의 쓰레기를 보았을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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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기고 

김 영 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 영 춘 해양수산부 장관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곳은 북태평양 서쪽과 괌 아래에 위치한 마리아나 해구이다. 마리아나 해구는 평균 수심이 7~8㎞에 이르고, 가장 깊은 곳은 11㎞에 달한다.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인 에베레스트 산(높이 8848m)이 통째로 들어가고도 남을 깊이이다. 현재까지 이곳에 가본 사람은 ‘타이타닉’ ‘아바타’ 등으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포함하여 단 3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상의 천 배가 넘는 수압 때문에 잠수정으로만 경험해 본 것이 전부인데, 12명의 우주인이 달 표면을 직접 걸어본 것과 비교하자면,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인 것이다.

지난 13일 일본의 한 연구기관이 무선탐지기 등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종합하여 이 심해의 공간에서 인간이 버린 비닐봉지 쓰레기를 발견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하였다.

미국해양대기청(NOAA)도 특수제작한 원격조정장비를 투입하여 이곳에서 촬영한 통조림과 맥주캔 사진을 지난해 공개한 바 있으며, 영국의 한 연구진은 ‘여기서 채취한 갑각류가 중국의 오염된 강에서 잡은 게보다 50배가 넘는 독성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연구결과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하였다.

바다는 지구 생명의 근원으로 전 세계 산소의 75%를 공급하고 있어 바다 없이는 인류도 생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청정구역으로만 여겨져 왔던 마리아나 해구마저도 인류의 활동에 의해 오염되고 있다. 그리고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와 난개발로 인해 오염 속도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바다도 예외는 아니다. 그간 시화호·인천연안, 마산만, 울산연안 등은 육상오염물질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인한 수질 악화로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되어 오염물질 배출규제를 통해 개선을 지속해오고 있다. 또한 수산업 생산량과 종의 다양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일례로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생산량의 경우 2016년을 기점으로 44년 만에 100만t 아래로 떨어졌으며, 흔한 식재료로 인하여 우리 생활 속 깊이 자리 잡아 ‘국민 생선’으로 불리던 명태도 어느덧 수입에 의존하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우리 바다를 다시 깨끗하고 풍요로운 공생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하여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해양공간계획의 종합적 디자인을 통하여 자연적 특성과 활용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체계적이고 균형감 있게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휴어제 도입과 바다숲·바다목장 조성, 명태살리기 프로젝트 등을 통하여 수산자원 회복도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해양쓰레기 발생부터 수거, 재활용, 최종처리까지 전 주기에 걸쳐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도 별도 마련 중이다.

그러나 국토면적의 4.5배가 넘는 광활한 우리 바다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5000만 국민 모두가 공동목표를 향해 다함께 노력하는 ‘동심동덕(同心同德)’의 마음이어야만 다시 우리 바다를 활기차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오염되고 생명력이 사라진 바다만큼 우리를 절망에 빠지게 하는 더 큰 불행은 없을 것이다. 이제 바다를 진정으로 보살필 때가 되었다. 그래야만 더 늦기 전에 우리 바다를 미래세대에게도 ‘기회와 희망의 공간’으로 온전히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

5월 31일, 스물세 번째를 맞는 ‘바다의 날’은 바다의 가치와 중요성을 온 국민이 공유하기 위해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인천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 모두가 함께 가꾸고, 미래에 함께 누릴 수 있는 바다를 만들어, 더욱 풍요로운 바다를 이루어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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