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립'이냐, '확대 개편'이냐…연대, '총여학생회' 두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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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 붙은 대자보를 읽고 있는 학생들. '총여학생회'를 확대 개편하자는 글과 이를 반대한다는 대자보가 함께 붙어 있었다. 허정원 기자

29일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 붙은 대자보를 읽고 있는 학생들. '총여학생회'를 확대 개편하자는 글과 이를 반대한다는 대자보가 함께 붙어 있었다. 허정원 기자

29일 오후 3시 서울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기둥 3곳에는 대자보 10여 개가 붙어 있었다. 그 앞에 학생 20여 명이 모여 대자보를 읽고 있었다. 대자보는 두 가지 정반대 주장으로 나뉘었다. 총여학생회(이하 총여)의 ‘개편 추진’과 이에 대한 ‘반대’다. 개편을 추진하자는 측은 ‘총여’를 여성뿐 아니라 소수자를 위한 ‘학생인권위원회’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내에서 총여 개편 문제를 놓고 학생들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총여학생회의 행보가 지나치게 편향적이라는 학내 논란이 커지면서다. 이에 따라 최근 일부 학생을 중심을 총여학생회 전면 재개편 추진단까지 꾸려진 상황이다. 재개편 추진단의 김예림(24·여)씨는 “총여가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고민하는 단체로 넓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개편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편 반대 측은 총여가 여학생을 위한 인권기구로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학생 이모(23·여)씨는 “여성인권의 목소리는 여성의 목소리로 논의돼야 한다”며 “여러 소수자 집단을 묶으면 어느 한 군데 집단의 목소리도 제대로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총여의 개편 논란의 발단은 지난 24일 총여가 주관한 인권축제에서 은하선 작가를 강연자로 초청하면서다. 강연 전부터 은 작가가 연사로 적합한 지 학내에서 논란이 일었다. 강연 반대 학생 측은 은 작가가 과거 방송에서 언급한 남성혐오 발언이나, 예수 형상의 자위 기구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등의 행동을 문제 삼았다.

강연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23일 페이스북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을 통해 “은 작가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물론, 종교에 대한 비하 언행은 많은 사회적 논란의 시발점이 돼왔다”고 비판했다. 학내 신문에 따르면 강연 반대 서명에 569명이 동참하기도 했다. 하지만 총여는 “짧은 시간 내 양측(강연 찬성·반대)의 다른 입장을 합의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강연을 강행했다.

연세대 사회과학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시위 학생 비난글이 대자보 형식으로 중앙도서관 기둥에 붙어 있다. 허정원 기자

연세대 사회과학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시위 학생 비난글이 대자보 형식으로 중앙도서관 기둥에 붙어 있다. 허정원 기자

이후 24일 은 작가 강연에서 반대 시위를 했던 시위 학생 일부의 신상이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노출되기도 했다. 강연에 참석했던 한 학생이 이들의 모습을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학내 총여에 대한 개편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앞으로 총여 개편에 관한 문제는 학생 총투표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편추진단이 총여 개편을 지지하는 학생 2840명의 서명을 받은 상황이다. 학칙에 따르면 재적 학생수의 10분의 1 동의를 얻으면 해당 사안에 대한 총투표가 가능하다. 연세대 총 학생은 2만7000여 명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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