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워싱턴 대신 뉴욕 간 건 감청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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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중앙포토]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중앙포토]

김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뉴욕에서 만나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다뤄질 ‘빅딜’ 논의에 마침표를 찍기 위함이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소재 #보안상 안전한 통신축선 확보 #북한대표부 직원들 이동에 애로

북한과 미국이 싱가포르와 판문점에서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투트랙 실무협의’를 하는 가운데 북미정상회담을 총지휘해온 김 부위원장이 두 군데서의 협의내용을 바탕으로 뉴욕에서 최종 조율하는 모양새가 예상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중앙포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중앙포토]

우선 김 부위원장은 미국의 제재대상이라는 점에서 미국으로의 여행이 제한되고 미국내 자산이 동결돼 있다. 이번 김 부위원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방미허용은 일시적 제재면제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에 속도를 내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김 부위원장은 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업무를 보는 워싱턴DC가 아닌 뉴욕으로 오는 것일까. 정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통신보안’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김 부위원장이 한창 협상중인 판문점ㆍ싱가포르와 보안을 유지하면서 연락할 수 있는 곳은 미국내 뉴욕이 유일하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에서 협상을 할 경우 어떤 통신수단을 사용하더라도 미국이 작정하면 감청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패를 다 드러내놓고 협상장에 들어가는 위험을 안게된다.

싱가포르에도 북한 대사관이 위치하고 있어, 보안이 유지된 통신시설 이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유엔 안보리 관계자는 “매년 9월 유엔총회에 북한의 거물급이 올 때마다 의전과 보안 관련 노하우가 북한대표부에 쌓여있다”면서 “여기에 평양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통신축선이 보안상 안전한 편이어서 뉴욕을 최종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 머물 호텔도 유엔본부 인근의 밀레니움 힐튼 뉴욕이 유력하다. 지난해와 그 전해 유엔총회에 참석한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뉴욕 유엔본부 인근 빌딩에 입주한 북한대표부. [사진=구글 스트릿뷰]

뉴욕 유엔본부 인근 빌딩에 입주한 북한대표부. [사진=구글 스트릿뷰]

이와 함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외교관들은 미국의 적성국가 공무원인 이유로 뉴욕에서 25마일(약 40㎞) 밖으로 벗어나는데 애로가 있다. 설사 워싱턴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을 진행하더라도 김 부위원장은 북한대표부 외교관들의 업무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이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하려면 국무부의 사전허가를 일일이 받아야하는 불편이 따른다.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과 뉴욕에서 이틀에 걸친 협상을 마무리지은 다음 결국에는 워싱턴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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