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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겼다" 얼싸안고 눈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버마 수도 랑군은 12일 밤 「세인·르윈」대통령의 사임소식이 전해지면서 지금까지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일순 벗어나 환성이 터져 나왔다.
랑군 시민들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통금령이 내려져 있어 대부분 저녁에는 집안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날 오후 8시 라디오방송을 통해 「르윈」대통령의 사임소식을 전해 듣고 환호성을 올렸다. 「승리」의 감격을 억제하지 못한 시민들은 통금령을 무시하고 거리로 떼지어 몰려나와 서로 얼싸안고 절규하면서 온몸으로 승리의 기쁨을 발산했다.
목격자들은 일부 군인들도 기쁨에 넘친 시민들과 어깨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랑군 시내에는 통금령을 무시하고 나온 시민들이 곳곳에서 타이어와 석유등으로 모닥불을 피운 채 춤을 추며 소리를 질렀다.

<위장군인, 시위대 침투>
○…「세인·르윈」 버마 대통령은 사임에 앞서 젊은 군인들을 학생이나 시민으로 가장시켜 반정부 시위를 막으려 안간힘을 썼었다고 미얀마의 「카렌 게릴라」 지도자가 13일 전화회견에서 밝혔다.
그는 군 지휘관들이 22 경보병사단과 66, 44사단으로부터 35세미만의 군인들을 차출, 젊은 층은 학생으로 가장하고 나이 많은 층은 민간인으로 시위대에 침투시켜 의견충돌과 오해를 야기 시킴으로써 시위를 중단시키려 시도했다고 말했다.

<"침묵 버리고 나서자〃>
○…「르윈」이 사임을 발표하기 전인 이날 아침 시위학생·시민들은 랑군 시내 곳곳에 『모든 시민에게 호소한다. 침묵을 버리고 함께 나서자』 『살인자 「르윈」을 타도하기 위해 오늘 또다시 싸우자』는 등의 벽보를 붙였다.
랑군에서는 시내에서만 3백명 이상, 미얀마 전국에서는 1천명 이상이 숨졌다는 소문이 나돌아 「르윈」대통령에 대한 증오심을 더했다.
이마에 붉은 띠를 두른 학생은『우리는 마침내 이겼다』고 소리 높여 외치기도 했다.

<시위자들 원기 회복>
○…랑군의 한 외교관은 지금까지 미얀마 소요사태를 지켜본 결과 『시위자들이 이젠 다소간 지친 모습들』이라며 『앞으로는 이 같은 상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시위의 열기가 줄어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르윈」대통령의 사임으로 시위자들은 훨씬 원기를 회복해, 앞으로 정국발전 양상에 따라 시위의 강도나 규모는 어떨지 예측이 불가능한 것으로 외교관들은 전했다.

<공식보도는 31명 사살>
○…이번 시위진압 중 가장 희생자가 많았던 지역은 랑군과 만달레이 및 사가잉 지역으로 랑군에서 3백명, 만달레이·사가잉에서 3백명이 숨진 것으로 외교관들이 전했다.
미얀마공식 보도에 따르면 시위군중 5천여 명이 경찰서를 공격하면서 진압군 발포로 31명이 사살됐다고 알려졌다.

<군, 증거 없애려 노력>
○…12일 오후까지 시위대와 진압군 사이에「시체쟁탈전」이 벌어져 정확한 사망자수 확인에 더욱 어려움이 많다고 서방외교관들이 전했다.
시위대는 시위참가자가, 총에 맞아 죽을 경우 일반공개 및 증거제시용으로 시체확보에 노력하는 것과 달리 진압군들은 시체를 빨리 화장, 증거를 없애기 위해 서로 시체차지하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생명 조국에 바친다〃>
○…랑군 시내에서 마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시위자는 『나에겐 이제 겨우 2, 3일간의 자유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시위대 주동자들 가운데 한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족을 떠나야 될 것이다. 나에겐 아내와 7명의 자녀가 있지만 상관 않겠다. 나는 나의 생명을 조국에 바친다』고 말했다.

<"세계에 소식 알려라〃>
○…랑군을 여행한 네덜란드의 「한스·올리비에르」씨는 『랑군의 시위대들이 외국인에 대해 매우 친절했다』고 전했다.
「올리비에르」씨는 시위대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서로 찍어달라고 나섰으며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전세계에 알러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말했다.【외신종합=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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