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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전 대통령 겨냥한 전초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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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간에 팽팽한 이견을 보여오던 국회광주특위에의 최규하 전대통령 증인채택문제가 12일 민정당의 퇴장 속에 3야당 연합의「야대」힘으로 표결처리 됨으로써 정국이 또 술렁거리고 있다.
특히 최 전 대통령 본인은 불응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특위의 대응 등 후속상황이 궁금증을 낳고 있으며, 최 전 대통령의 증언여부 등 일련의 진행과정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 뻔하므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광주특위는 이날 최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한데 이어 곧바로 출석시기와 장소를 위원장(문동환의원·평민)에게 일임함으로써 최 전 대통령은 문 위원장의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아야하는 처지가 됐다.
출석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인다면 문제될게 없지만 현재로선 거의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본인의 불응의사 말고도 민정당이 13대 첫「퇴장」을 기록하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할 정도로 범여권이 극력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전 대통령 측에서는『최 전 대통령이 국회에 나가서 증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국회가 일단 의결했고 법적인 조치가 뒤따르기 때문에 무슨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 측은 김대중 총재와 동시증언으로 밀고 갈 생각이나 최 전 대통령 측에서는 국회엔 출석 않고 증언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많다.
최 전 대통령 측에서는『전직 대통령이 국회출석 증언해 통치권행사의 내용을 공개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최 전 대통령이 증언을 하게되면 선례가 되고 앞으로의 정치발전에 누를 끼치게 될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증언거부 뜻을 전달하고있어 민정당도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하는데 현재로서는『강경 대응한다』는 방침 외에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
개정된 국정조사법과 증언·감정법은 출석불응 증인에게 위원장이 위원회의 의결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했으며,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제 3자로 하여금 동행명령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검찰에 고발당하도록 규정돼있다.
만약 동행명령을 거부할 때는 국회 모독죄로 고발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어느 단계까지 갈지는 칼자루를 쥔 야당쪽의 의중과 최 전 대통령의 의중, 민정당측의 지원강도에 달려있다.
야당에서 특위활동 벽두에 표결강행이란 무리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최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을 밀어 붙인 데는 다분히 위력과시에 의한 기선제압의 효과를 노린 듯 하며 주표적은 전 전 대통령에게 맞춰져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해찬의원(평민)의 표결에 앞선 찬성토론을 보면『전 전 대통령이 자신은 보안사령관으로서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일했기 때문에 광주사태에 관해 책임이 없다고 밝힌바 있는데 과연 그러한지』『민정당은 전 전 대통령이 증언대에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 전 대통령의 증언을 반대하고있다』고해 최종 과녁이 누구인지를 시사했다.
최 전 대통령을 증언대에 서게 함으로써 전 전 대통령도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거나 최 전 대통령이 불응할 경우 집요하게 후속 법적 절차를 밟아감으로써 곤궁에 몰아 넣고 그러한 시위효과가 전 전 대통령에게 압력수단으로 작용, 입을 열도록 하겠다는 등의 의도로 읽혀지고 있다.
때문에 민정당측도 그걸 막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야당의원들을 따로 불러내『최 전 대통령이 나오게 되면 전 전 대통령의 출석도 표결로 강행하게 된다』며『그렇게 되면 정국경색이 뻔하지 않느냐』고 설득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최 전 대통령에 대한 출석요구시기는 3야가 다소 의견을 달리하고 있으나 광주특위를 주도하고 있는 평민당측은 김대중 총재의 증언과 연계시켜 김총재 증언(29일)날이나 다음날인3O일께로 잡고있는 눈치다.
올림픽기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평민당으로선 본격공세를 올림픽 후로 미룬다하더라도 올림픽 전에 한차례쯤 포격을 가해두자는 속셈인 듯 하다.「야대」힘을 다시 한번 맛보임으로써 성역을 쌓으려는 여권의 기도가 부질없음을 분명히 인식시키고 올림픽 휴전이라도 긴장이 유지되도록 하여 올림픽후 확전과 곧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며 휴전에 대한 운동권의 불만을 잠재우는 등의 다목적 계산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 총재의 증언으로 관심을 증폭 시킨 뒤 최 전 대통령의 출석시비로 올림픽전 공세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차례쯤의 출석요구서 발송 선에서 정국분위기와 여론의 흐름을 지켜 보아가며 동행명령장 발부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표결강행에 따른 경색분위기가 가라앉으면 곧 여야협상이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며 경우에 따라선 출석요구서발송이 올림픽 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대의 관심사는 역시 이번 같은 상황이 전 전 대통령에게 그대로 옮겨질지의 여부라 하겠다.
전 전 대통령의 경우 광주특위와 5공 비리특위·선거부정특위에 모두 걸려있어 증인채택시비는 시간문제인 셈이다.
현재로선 전 전 대통령 측에서 직접증언은 물론 고려치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정당으로서도 전 전 대통령 측에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권유조차 건네기 어려울 정도로 여권내부의 역학관계가 미묘하다는 소문이다.
그렇다고 할 때 여야 협상의 여지는 없는 셈이며 이번처럼 표결처리가 부득이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관측통들은 민정당이 이번 최 전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표결강행에 밀리긴 했지만 그 부수 효과를 기대하는 일면도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최 전대통령의 경우를 통해 여소의 상태에선 발버둥쳐 봐야 방어할 도리가 없다는 현실이전 전 대통령 쪽에 충분히 인식됐을 것이며 따라서 전 전 대통령 측도 민정당의 한계를 직시하여 자진해명 등 타개책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두 전직대통령의 증언시비는 특위활동의 핵심으로 부각,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그들의 증언시비가 특위정국의 태풍의 눈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처리되느냐에 따라 정국의 파고가 결정될 것 같다.

<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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