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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2006년 4월 17일 동북아 정세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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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차오강촨(曹剛川)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15일 한국을 방문했다. 중국 국방부장의 방한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차오 부장은 4일부터 6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이 그가 만난 북한 인사들이다.

국방부는 차오 부장의 한국 방문이 한.중 '군사 교류'에 시동을 거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17일 열리는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서해상의 우발 사태에 대비한 해.공군 간 핫라인 설치도 논의한다. 그의 방한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지고 있다. 반면 지난해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 참석차 방한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박3일 동안 숙소인 호텔 앞 등에서 반미 시위를 경험해야 했다.

현인택(고려대.국제정치학) 교수는 "최근 미국.일본.중국의 대남북한 관계를 살펴보면 한반도 주변 정세의 유동성이 커지며 동북아 질서 재편이라는 전례 없는 흐름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한을 중심에 놓고 미국과 일본.중국이 서로 다른 외교적 시각에서 접근하면서 전통의 동맹 관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16일 "미국과 남북한, 일본과 남북한 관계가 상대적으로 긴장과 갈등의 측면이 많아지는 반면 중국과 남북한 관계는 우호적"이라며 "이로 인해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장 전개되는 현상도 이런 진단을 뒷받침한다. 한.미 동맹은 현 정부 출범 후 시련을 겪고 있다.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은 10일 "미군기지 환경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 측이) 일방 처리를 강행하면 한.미 동맹에 저해(harm)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놓고 미국은 한국 정부와 다른 트랙을 걷고 있다. 미국은 위조지폐 사건을 계기로 금융 제재에 이은 선박 제재 등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은 6자회담 재개마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한.일 관계는 동맹이란 말이 무색하다. 야스쿠니 신사참배, 일본 고교교과서 검정, 독도 파문 등 갈등의 연속이다. 일본과 북한 관계 역시 지난주 일본 정부가 요코타 메구미 납치사건을 이슈화하며 북한 측을 압박한 데서 보듯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반면 한.중 관계는 지난해 교역 규모 1000억 달러 돌파 등 경제 교류에 이어 군사 교류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북.중 관계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장성택 노동당 1부부장의 중국 연쇄방문이 이뤄지면서 밀착도가 커지고 있다. 북한에서 팔리는 생필품의 90%가 중국산일 정도로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크다.

한반도에서 이런 미묘한 정세 변화를 불러온 건 북핵 문제에 대한 시각 차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지원하는 쪽에 무게를 둬왔다. 중국의 도움으로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도 구사했다. 반면 미국은 갈수록 북한 체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제재와 압박 쪽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일본은 이런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대미.대일 외교의 엇박자도 계속되며 한국 외교는 점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전략적 균형(strategic ballance) 개념에 입각해 외교 정책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과도한 중국 중시에서 벗어나 외교 역량을 균형있게 투입해야 하며, 이는 동북아에서 독자 외교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박수길 유엔한국협회장은 "핵 문제의 진척도 없는데 북한 위주로만 사고하다 보니 미국 내 강경 보수의 목소리를 커지게 만들었다"며 "중국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지 않고는 동북아 안보상황이 유리하게 갈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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