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함께 벼농사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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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북한 주민들이 지난해 5월 평양 용성의 북한 농업과학원 남북 벼농사 시범 사업지에서 경기도가 보낸 남한 볍씨를 파종하고 있다.

평양 남부의 농촌 지역인 강남군 당곡리. 경기도에서 들여온 볍씨와 농기계를 이용한 '남한식 농법'으로 농사를 짓게 될 곳이다. 9일 인천항을 출발한 남한의 경운기.비료.농약 등이 14일께 이 마을에 도착한다. 논은 100ha(30만 평). 여의도의 3분의 1이 넘는 면적이다. 이 중 50ha에는 남한 품종의 벼가, 나머지에는 북한 벼가 자라게 된다.

북한 농촌에서 본격적인 남북 공동 경작이 이뤄지는 데는 지난해 경기도가 평양 용성에 있는 북한 농업과학원 농지에서 실시한 벼농사 시범사업이 바탕이 됐다.

시범사업은 지난해 1월 싹이 텄다. 당시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신년사를 통해 "벼농사 시범농장을 남북이 함께 추진하자"고 북한에 공개 제안한 것이다.

남한의 우수한 벼 품종과 영농기술로 북한의 쌀 생산량을 늘리자는 취지의 이 사업에 대한 북측의 반응은 의외로 빨랐다. 경기도와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지난해 4월 평양의 농업과학원 농지 3ha에서 시범사업을 하기로 합의했다.

경기도는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오대벼'와 '화동벼'를 북으로 보냈다. 지난해 5월 23일 남한 볍씨가 처음으로 북한 땅에 뿌려졌다. '올벼20' '양덕1' 등 북한 품종도 남한 볍씨들과 함께 자랐다.

공동연구에 나선 남북의 농업 전문가들은 서로의 농작법에 관심이 많았다. 남한 전문가에게는 북한의 '밀식재배'(모를 빽빽이 심는 농법)가 인상적이었다. 비료가 귀한 북한에서 높은 수확을 올리기 위해 발전시킨 기술이다.

북한에서는 남한의 속성 재배 등 기계 영농을 주목했다. 손으로 경작하는 북한과 달리 듬성듬성 모를 심는 남한의 영농법을 배우기 위해 북한 기술자들은 농기계 사용 요령을 열심히 익혔다.

남북의 협력 속에 지난해 10월 첫 수확을 맞았다. 성과는 좋았다. 도 관계자는 "300평당 494㎏의 소출이었으며 이는 북한 평균 소출의 두 배 가까운 양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과는 본격적인 남북 공동 경작을 이끌어냈다. 올해엔 시범 농지를 벗어나 농촌에서 본격적인 남북 공동 경작을 시작하기로 했다.

김성식 경기도 부지사는 "남북 공동 경작 마을에 병원과 도로를 건설하는 등 농촌 개선 사업도 병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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