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경기 침체는 시작될 때까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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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국제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오를 우려가 커진다. 여기에 고용 부진으로 인한 경기 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대두한다. ‘미니(스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총재는 어떻게 진단하나.”(한 기자)

 “스태그플레이션은 극심한 경기침체와 물가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유가가 올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급등으로 볼 수 없다. 올해 경제 성장률도 예상대로 3%대로 전망한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이주열 총재)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 때아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이 총재의 일축대로 현재 경제 지표로 볼 때 스태그플레이션을 언급하는 건 과하다.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6%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1%를, 전년동기대비 2.8%를 기록했다. 27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분기 성장률에서 한국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체감 스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뜬금없다고 깎아내리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있다. 한국 경제 곳곳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어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은 둔화했다. 4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 줄었다. 1분기 제조업 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늘었다. 고용 상황도 좋지 않다. 취업자 증가 수가 3개월 연속 10만명대에 그쳤다.

 체감 경기는 위축되고 있다. 고용 쇼크에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장바구니 물가는 오름세다. 4월 외식물가는 전년동기대비 2.7%나 상승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휘발윳값이 L당 2000원이 넘어선 곳도 있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 지표인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다는 뜻도 된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는 의견을 내놓자 청와대와 정부가 이에 반발하며 경기 침체 논쟁도 빚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도 27일 ‘하반기 경제 이슈보고서’에서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2020년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설문 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경기 침체는 시작될 때까지도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우리가 낙관적인 기대에 젖어 연이어 켜지는 위험 신호를 무시하는 게 아닌지. 경기 하락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을 모색해야 할 때다.

하현옥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

하현옥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

 하현옥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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