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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도 롤러코스터도 ‘미분방정식의 자식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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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호 28면

수학이 뭐길래 

롤러코스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미분을 이용해 곡선의 매 지점마다 순간 속도와 기울기를 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롤러코스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미분을 이용해 곡선의 매 지점마다 순간 속도와 기울기를 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적분학은 소위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를 양산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수학 분야일 것이다. 미적분학에 이르면 수열·급수·극한·무한소 같은 개념들이 다양한 함수들과 마구 뒤섞여 응용되기 때문이다. 수학의 꽃이라 불리는 동시에 수많은 학생의 원망 대상이 된 미적분학은 도대체 왜 만들어졌으며 어디에 사용되는 걸까.

‘수포자’ 낳는 미적분은 수학의 꽃 #미분은 속도 변화 계산에 효율적 #적분으로 거리·넓이·부피 구해 #열역학·전자기파 연구에도 신기원

근대 초 갈릴레오는 처음으로 지상에서의 운동을 수학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운동의 원인에 대한 연구에서 벗어나 물체가 어떤 형태로 움직이는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물체가 종류나 크기와 관계없이 같은 속도로 낙하한다는 낙하법칙을 발견하였고, 물체의 낙하 거리가 시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수학적 결론을 도출했다.

갈릴레오에 의해 지상에서 일어나는 운동의 형태와 양 등이 속도와 시간, 그리고 거리 같은 변수들을 통해 수학적으로 분석되면서 운동에 관한 수학적 연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데카르트에 의해 해석기하학이 발전되면서 물체가 운동하면서 만들어내는 곡선의 궤적이 방정식의 형태로 표현될 수 있게 됐다. 결국, 지상에서의 운동이 기하학적 곡선으로 표현되고, 그 곡선이 방정식의 형태로 표현될 수 있게 되면서 근대 초 운동에 관한 연구는 새로운 전환을 맞이했다.

우주탐사선·선박·자동차 개발 연구에도 도움

한편 16세기 말 유럽 수학계에서는 아르키메데스의 연구에 대한 관심이 매우 증가했다. 구의 부피와 겉넓이, 포물선과 포물면의 절단부의 넓이를 구하는 아르키메데스의 방법 등이 새롭게 소개됐다.

특히 아르키메데스의 실진법 연구는 여러 학자의 기하학 연구 과정에 응용됐다. 그는 포물선의 절단부의 넓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삼각형을 만들어 더해가는 방식을 택했다. 스테빈이나 케플러, 로베르발, 그리고 페르마 같은 근대 초의 수학자들은 이 방법을 응용해 곡선으로 이루어진 부분의 넓이나 그 곡선의 회전을 통해 얻어지는 입체의 부피를 구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포도주 통과 같은 곡선을 지니는 물체의 최적 겉넓이나 부피를 구하는 데 활용됐다. 또 운동의 궤적이 만들어내는 곡선 위의 한 점에서의 운동의 방향이나 움직이는 거리 등을 계산하는 데도 유용했다.

바닷물의 변화하는 모습을 미분방정식을 이용해 CG로 묘사한 영화 ‘모아나’.

바닷물의 변화하는 모습을 미분방정식을 이용해 CG로 묘사한 영화 ‘모아나’.

미분과 적분의 개념 및 관계를 명확하게 이해한 최초의 인물은 뉴턴과 라이프니츠였다. 이들은 미적분학을 다양한 연구에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베르누이 형제는 라이프니츠의 미적분 기호를 익혀 미적분 이론을 더욱 발전시켰다. 요한 베르누이의 제자였던 로피탈은 미적분법에 관한 교과서를 출판해 미적분학을 일반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 결과 유럽 대륙에서는 라이프니츠의 미적분학이 널리 알려졌고, 활발하게 응용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적분은 매우 효율적인 계산 도구임이 밝혀졌다. 미분은 속도 변화와 곡선의 접선, 어떤 값의 최대·최솟값 등을 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적분은 거리, 넓이, 그리고 부피를 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미적분의 성과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라이프니츠식의 대수적 미적분학을 수용하고 발전시켰던 유럽 대륙의 학자들은 이후 뉴턴의 연구를 도입해 연구하면서 미지수가 아니라 다양한 미분으로 구성되는 미분방정식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가 진행되면서 미분방정식은 실로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 달랑베르는 미분방정식을 이용해 진동하는 현의 운동에 대해 연구하면서 파동방정식을 발견했다. 오일러는 달랑베르의 연구를 발전시켜 음의 진동에 대해 연구하면서 자신이 발견한 파동방정식을 음파에 적용했다. 이후 푸리에 등의 음성 신호를 주파수 성분으로 분해하는 연구를 통해 음악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함께 전자 음악의 가능성을 열었다. 매클로린과 클레로, 르장드르, 그리고 라플라스 등에 이르는 중력과 천체 운동에 관한 연구는 르장드르 방정식이나 라플라스 방정식 같은 새로운 미분방정식 연구를 통해 급진전됐다. 이를 통해 천체 운동에 대한 이해는 더욱 증진될 수 있었다.

응용 가능성 무한대, 어렵지만 도전해볼 만

미분방정식을 통한 궤도 계산 연구는 미사일이나 로켓, 그리고 우주탐사선의 궤도 계산으로 이어졌다. 푸리에는 열 전달에 관한 미분방정식 연구를 시작으로 온도 분포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열역학 연구의 기원을 이루었다. 이는 결국 내연기관과 외연기관 같은 다양한 열기관과 연료 및 에너지 연구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유체의 흐름을 설명하는 미분방정식 연구를 통해 나비에와 푸아송 등의 학자들은 물과 공기 등을 포함한 다양한 유체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었다. 이 역시 펌프나 송풍기, 난방 배관, 선박, 자동차 개발 연구로 이어졌다.

맥스웰은 전자기장에 관한 미분방정식을 통해 전자기 현상을 성공적으로 설명했다. 이후 학자들은 전자기장 파동의 주파수와는 다른 범위의 주파수를 지니는 전자기파를 발견했고, 마르코니는 그런 전자기파를 이용해 무전기를 발명하였다. 이후 이러한 기술은 텔레비전과 라디오, GPS 위성항법장치, 그리고 다양한 무선 통신 기기 등의 개발로 이어졌다.

이외에도 미분방정식으로 가능해진 기술은 한둘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미적분의 발전과 그 응용으로 놀랍도록 발전해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막 성인이 되기 직전에 있는 고등학생에게 그 기초인 미적분을 가르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 않는가. 어렵지만, 한번 도전해 보자. 그것의 놀라운 응용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조수남 수학사학자 sunamcho@gmail.com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 현 서울대 강사이다. 과학사와 수학사를 연구하고 있다.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에서 연구했으며, 『욕망과 상상의 과학사』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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