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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수난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의 탐험가며 화가였던「존·캐더린」은 인디언을 즐겨 화폭에 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1833년 어느 날 미즈니강을 따라 러키산맥 깊숙이 들어갔다.
울창한 삼림에 덮인 산과 협곡, 폭포, 그리고 3천개가 넘는 간헐천이 장관을 이루는 어느 원주민 마을에서 그는 발김을 멈추었다. 대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이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광경에 감탄을 금치 못한「캐더린」은 문득 이곳을「국민공원」으로 보존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 꿈은 39년 후에야 실현되어 옐로 스톤은 1872년 미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그후 미국에는 48개의 국립공원이 생겨나 사시사철 탐방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1920년대에 자동차가 등장함으로써. 국립공원을 찾는 인파는 급격히 불어나 5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그야말로 국립공원의「수난시대」를 맞게 된다.
그래서 정부는 내무성에 국립공원국을 설치, 국립공원 관리의 3대 원칙을 마련했다. 첫째로 자연은 파손됨이 없이 보존되어야하고, 둘째는 국민의 이용과 즐거운 휴양을 위해 보호되어야 하며, 셋째는 공원내 사업은 국가적 견지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휴식도 중요하지만, 자연보호는 그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발상이다.
그 결과 공원내의 캠프장 이외에는 모든 숙박시설을 철거, 인근 마을로 옮겼다. 또 자연경관은 물론 동·식물의 보호에도 정성을 둘이고 있다.
오늘날 미국의 국립공원엘 가보면 어느 곳이고「비지터 센터」가 있어 각종 정보를 담은 팸플릿을 무료로 준다. 공원지도와 연혁, 지질·지형, 동·식물에 대한 설명, 심지어는 공원 내에서 지켜야할 규칙까지 상세히 적어놓고 있다.
어제 중앙일보를 보면 우리의 국립공원은 무분별한 개발로「중병」을 앓고 있다. 길 낸다고 경관을 망친 것은 물론 희귀 동·식물도 사라져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더구나 편의시설마저 부족하여 밀리는 인파를 거의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계곡마다 쓰레기 더미를 이루고 악취를 뿜어내고 있다. 분명 우리에게도 국립공원의 수난시대가 왔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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