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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베네딕토 16세] 새 교황은 내성적인 일벌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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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 '요한 바오로 3세'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와 같이 보수적인 등 여러 면에서 많이 닮아 붙여진 별명이다. 그러나 조용하고 학자풍인 베네딕토 16세는 정력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요한 바오로 2세와는 다른 스타일의 교황일 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요한 바오로 2세가 감성적인 스포츠맨이라면 베네딕토 16세는 이성적인 교수 풍이다. 전임 교황은 학창시절 스키 등 야외 스포츠 활동을 즐기고 만년에도 해외여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 교황은 집안에 머물면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걷기를 즐기는 그의 취향은 바이에른 알프스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영향이다. 78세의 고령에 교황이 된 베네딕토 16세는 58세에 교황이 돼 전 세계 구석구석을 순방하며 엄청난 사람을 만난 전임 교황과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았다. 짧은 기간 주교를 지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새 교황은 그간 교황청에서 일에 묻혀 살았다. 취미활동을 즐길 시간이 없었다.

짬이 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교황청 인근 바이에른식 식당에 들러 고향의 분위기와 음식을 즐기며 담소하는 정도였다.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토프 쇤보른 추기경은 교황에 대해 "내향적인 성품이며 내면의 움직임을 작은 신호로 드러낸다"고 평했다.

학구적인 베네딕토 16세는 '타고난 교수'라는 인상을 풍긴다. 20일 교황이 된 뒤 첫 미사에서의 강론도 신학에 근거한 논문을 방불케 했다. 실제로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 신앙교리성 장관을 맡기 전에 오랫동안 신학교수로 지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도 남아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여념이 없는 인내심 많은 교사의 이미지를 가졌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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