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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푸 "All of the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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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까르푸가 한국법인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인수 참여업체 네 곳을 모두 선정하는 등 상식밖의 처사를 보이자 업계에서 비난의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까르푸가 적잖은 매각차익을 남길 경우 한국에 세금 한푼 내지 않게 될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랑스 까르푸 본사는 13일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한국법인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세계 이마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롯데쇼핑 롯데마트 ▶이랜드 네 곳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까르푸가 국내시장 철수를 공표한 4일 이 회사에 인수의향서를 낸 4개사 모두를 선택해 다시 원점에 서게 된 것이다.

까르푸가 회사 두 군데를 추려내 재입찰에 부칠 거라고 예상한 응찰 업체들은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다. 시간차를 둔 결과통보도 뜻밖이라는 여론이다. 매각 주간사인 홍콩 ABN암로는 12일 롯데쇼핑에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제일 먼저 통보했다. 그리고 이튿날 오후 늦게서야 나머지 세 회사에도 같은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한 응찰업체 관계자는 "도대체 매각절차가 어떻게 되는 건지 종잡을 수 없다"며 "인수희망 업체들을 무리하게 경쟁시켜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 같다"고 불평했다.

당초 까르푸는 2조원대에 한국까르푸를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작 응찰업체들은 한 곳을 빼고는 모두 1조5000억원 이하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업체들은 다시 인수경쟁을 해도 무리한 가격싸움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매각 성사 후 까르푸가 챙길지도 모르는 차익에 대한 과세 시비도 벌써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까르푸의 지분은 네덜란드 까르푸가 80%, 프랑스 까르푸가 20%를 갖고 있다. 한국은 두 나라와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어 기업 입장에서 어느 한 나라에만 매각에 따른 세금을 내면 된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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