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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 도난 문화재 웃돈 받고 되판 문화재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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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사정은 이렇다. 문화재청은 12일 경북 군위군 인각사에 있었던 '복장(腹臟) 발원문' 한 점을 경주 모 대학의 교수가 소장하다가 인각사에 매각한 것을 회수했다고 발표했다. 인각사는 신라 선덕왕 11년(642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 문화재청은 도둑맞은 '발원문'을 H교수가 구입해 소장했다가 사찰 측에 판 것을 '장물'로 판단해 회수했다.

1688년 만들어진 '발원문'은 인각사 극락전 건립을 맞아 사찰과 지역, 국가의 안녕을 기원한 글이다. 극락전 불상 안에 모셔졌던 것으로 언제 도둑맞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인각사 주지 상인 스님은 "2004년 극락전 보수를 위해 불상을 옮길 때 복장 유물이 없어진 걸 알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지난해 11월 H교수가 '인각사 유물이 발견됐는데 사찰 측에서 사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유해 왔다"며 "두 달 뒤 돈을 마련해 발원문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스님을 통해 일단 유물을 회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H교수가 해당 유물을 지난해 9월 부산의 한 골동품상에게서 다른 유물과 함께 구입했다가 값을 올려 사찰 측에 매각한 사실을 확인했다. 담당형사는 "H교수를 불구속 입건하고 관련 서류를 곧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며 "H교수가 처음부터 인각사 유물임을 알고 사들였다"고 말했다.

H교수는 기자에게 "도난품인 줄 몰랐다. 발원문에 기록된 불상과 미륵전에 모신 불상의 이름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인 스님은 "발원문은 석가모니의 이름을 빌려 사찰 등을 축원하는 글이며, 특정 불상과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종 판단은 법정의 몫이다. 하지만 문화재 전문가인 H교수가 인각사 사정에 밝았던 것은 분명하다. 문화연대는 '문화재 전문가들의 도덕성에 치명적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아니기를….

박정호 기자

바로잡습니다

경주 모 대학 교수이자 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인 H씨가 도난 문화재인 '복장(腹臟) 발원문'을 웃돈을 받고 되팔았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H씨는 '복장 원문'을 웃돈을 받고 되판 것이 아니라, 은해사 주지 스님의 의뢰를 받아 한국고미술특별전에서 구입한 것이고 '복장 원문'은 장물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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