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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서울을 명품도시로 만들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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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재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그리 높은 편이 못 된다. 캐나다의 머서휴먼리소스컨설팅이 세계 215개 도시의 삶의 질을 비교한 결과 서울은 지난해 90위, 올해 89위로 평가됐다. 정치적 안정도에서부터 치안.교육.집값.교통.의료 등 삶의 질과 관련된 39개 항목을 종합한 결과다. 1위는 스위스의 취리히이며 싱가포르 34위, 도쿄 35위, 런던 39위, 뉴욕 46위, 홍콩 68위 등이다. 서구적 시각의 평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시아권의 경쟁도시보다 뒤처지는 성적표는 실망스럽다. 상위권 도시들은 주로 깨끗한 환경과 풍부한 문화자원, 편리한 언어소통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21세기 도시 트렌드는 도심 재생을 통한 도시경쟁력의 제고다. 교외화에 따라 한때 쇠퇴했던 도심에서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제조업 관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대신 금융.정보기술(IT) 및 서비스 부문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세계로부터 '돈'과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 같은 글로벌 도시들은 세련된 건축물과 도시 공간, 각종 문화 이벤트, 다양한 쇼핑 기회 등을 통해 도시 자체를 브랜드로 삼아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서울을 글로벌 도시로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사대문 안 도심을 어떤 기능으로 되살려 나갈지에 대한 비전 제시는 시급한 사안이다. 600년 고도(古都) 서울은 21세기 첨단도시로 재탄생하는 기로에 서 있다. 청계천 복원은 20세기 산업화 도시의 잔재를 걷어낸 상징적 사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시의 재생은 몇 가지 가시적 사업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도시 기능을 어떻게 재구성할지, 이를 위해 산업입지는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 또 그 같은 기능을 담기 위한 물리적인 환경은 어떠해야 하는지와 관련된 마스터 플랜의 수립과 분야별 실천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고도성장기의 산업도시로는 세계도시 경쟁에 더 이상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의 적정인구 규모가 얼마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세계도시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적정한 인구 규모는 필수적이다. 파리.뉴욕.도쿄 광역권은 모두 1000만 명 안팎이다. 현재 추진 중인 행정도시로 정부 기능이 옮겨가고, 공공기관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서울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며, 이러한 공백을 어떤 기능으로 메울지에 대한 장기적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도시 기능의 재편을 위해 재산세 등 지방세 운영 등과 관련한 소프트웨어적 시정 운영에 대한 장기적 계획도 제시돼야 한다.

강남북의 격차와 관련해 비단 강남.강북뿐 아니라 서울 전체가 각기 어떤 기능을 담당해 역할을 나누어 맡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합의와 구체적인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 강북 균형개발안이 정말 강북을 쾌적하게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높은 용적률을 허용해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다고 갑자기 살기 좋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려면 그에 맞는 넓은 도로와 각종 기반시설이 뒷받침돼야 한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현재 강북이 담당하는 서민층 주거지역의 역할을 포기해도 되는지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성급한 강북 개발은 오히려 초고층 난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서울시장 후보자들이 보라색.흰색.녹색 등 의미없는 이미지 경쟁이나 언어의 유희에서 벗어나 세계 경쟁에 대비해 서울을 어떻게 명품 도시로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마스터 플랜부터 제시하길 바란다.

신혜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