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1일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해 “지금 99.9% 성사된 것으로 본다”며 “다만 여러 가능성이 있을 수 있어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ㆍ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는 정 실장은 21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은 두 정상의 만남이 목적이 아니라 그(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잘 이끌어 갈 거냐에 대한 솔직한 정상 차원에서의 의견 교환이 주목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은 취임 후 네 번째다. 이번 회담의 목적은 지난 4ㆍ27 남북정상회담에서 확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속내’를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6월 12일로 예정된 북ㆍ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가는 데 있다. 정 실장은 “그래서 정상회담 진행 방식도 과거 회담과 달리 딱 두 정상 간의 만남을 위주로 했다”며 “(단독회담 뒤에) 수행원이 배석하는 오찬 모임이 있지만, 두 정상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솔직한 의견 교환을 갖는 식의 모임에 대해 한ㆍ미 간 양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북ㆍ미 회담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 정착이다. 그러나 북한이 회담을 앞두고 대미ㆍ대남 비난을 이어가면서 회담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 실장은 이와 관련 “북한 측 입장에서 우리가 좀 이해를 하는 방향으로 고민을 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ㆍ미 간 비핵화 로드맵 협상 과정에서 북한 측의 입장이 조금 더 반영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는 이어 “한ㆍ미 간에는 긴밀히 공조하고 있고,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도록 우리가 서로 어떻게 협력하고 어떤 것을 어떻게 해 줘야 하는지 다양한 논의가 실무 차원에서 있었고, 이번에 정상 차원에서 좋은 얘기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ㆍ미 회담을 꼭 해야 하는지 물었다”, “문 대통령에게 왜 설명과 북한의 태도가 다르냐고 물었다”는 등의 미국 언론의 부정적 보도 내용은 부인했다. 그는 “미국과 NSC 차원에서 협의하는 과정이나 정상 간 통화 분위기에서 그런 느낌은 못 받고 있다”며 “정상통화에 내가 배석했는데 그런(미국 언론 보도)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한·미 회담은 ‘사전 각본’이 없다.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 실장은 “짜인 각본은 전혀 없다. 대개 정상회담은 사전에 많은 조율을 하고 합의문도 99.9% 조율을 끝내는 게 관행이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이 일체 없다”며 “북ㆍ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고 중요한 합의를 이룰 수 있게 할지, 합의를 이룰 경우 그 합의를 어떻게 잘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두 정상 간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선 북ㆍ미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사돼야 하고, 성사되면 거기서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며 “이 두 가지 목표를 위해 두 정상이 어떻게 목표지점까지 갈 수 있느냐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 “고 말했다.
워싱턴=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