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금감원이 BIS비율 직접 고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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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당시 금감원 은행검사1국에서 외환은행에 직접 나가 BIS 비율 연말 전망치를 점검했다"며 "외환은행이 10.0%로 작성한 것을 금감원 측에서 꼼꼼히 따져 9.14%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전망치는 6월실적을 기준으로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기초해 작성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처럼 현장실사까지 벌였는데도 한 달 뒤 BIS 비율이 6.16%라는 자료를 외환은행에서 추가로 받아 은행 매각 승인을 논의하는 금감위 회의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양성용 은행감독국장은 "당시 카드채 부실이 현실화되던 시점이어서 한 달 사이에 상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며 "결국 12월 론스타가 외환은행읗 인수할 때 1조4000억원을 가져왔는데 모두 카드채를 처리하는 데 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 관계자는 "일주일 새 네 번이나 수치가 바뀌었고 근거도 없는 데다 부실여신을 중복.과다 계산한 흔적도 발견된다"며 "그래서 금감원 담당자도 '(9.14%는) 자신도, 근거도 없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금융기관'으로 매각하는 근거가 됐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대해 2003년 당시 금융감독원이 채택한 연말 전망치 6.16%가 맞다고 인정해도 결국 '불법 매각'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에 대해 매각조치를 내리려면 ▶BIS 비율이 6% 미만이거나▶경영실태평가가 4~5등급으로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2003년 7월 금감원이 채택한 BIS 비율 추정치는 6.16%였고, 경영평가도 3등급이었다.

또 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려면 BIS 비율이 4% 미만이어야 하지만 2003년 6월 말과 9월 말 외환은행의 이 비율은 모두 9%를 넘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당시 외환은행을 정부가 매각한 게 아니라 대주주들이 매각한 것이며, 정부는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승인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현철.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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