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국민연금은 국민이 절반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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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60세 미만의 국회의원에겐 매달 32만4000원의 국민연금 보험료가 부과된다. 이 중 절반은 의원 본인이 내고, 절반은 국회 사무처가 내준다. 사무처가 내주는 돈은 연간 3억여원이다. 모두 정부 재정이다. 결국 국회의원의 월급(세비)은 물론이고 연금 보험료의 절반도 국민이 부담하는 셈이다.

올해부터 세금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받는 사람이 확 늘어난다. 지방의회 의원들도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아직 급여 수준을 정하지 못한 곳이 많지만 확정만 하면 올 1월부터 소급 적용된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자치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근거로 계산한 지방 의회가 부담해야 할 광역의원 보험료는 연간 11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가입 대상 의원 수가 3000명에 육박하는 기초의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은 연간 34억여원으로 추산된다. 60세 이상과 공무원.사학 연금을 탈 가능성이 있는 공무원.교사 출신을 빼고 계산한 수치다.

반면 자영업자 등 지역 가입자는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한다. 일반 근로자는 보험료 절반을 회사가 낸다. 그러나 세금이 아니라 회사 돈이다.

왜 국민이 의원들의 노후 준비를 돕는 상황이 벌어졌을까. '세금 보험료'가 납부된 것은 2000년 7월부터다.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전 국민으로 확대된 지 1년2개월 후다. 이 무렵 국회의원의 53%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사업장 가입자로 분류하면서 가입률은 일순간 100%가 됐다. 형식상 사주(사용자)는 국회의장이 되고, 사업장은 국회가 된다. 따라서 사측이 부담하게 되는 보험료를 국회 사무처가 내는 것이다. 복지부는 국민연금법은 고용 여부뿐 아니라 일정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정액으로 월급을 받으면 사업장 가입자로 본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개별 활동을 하는 특성상 개별 사업자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는 반론도 있다. 사업장 가입자로 분류해도 국회 사무처가 아닌 각 당에서 사용자분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국민연금 보험료 절반을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 혜택"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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