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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도엔 예사…인도까지 "슬쩍"|뒤죽박죽 주정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64만여 대의 각종 차량이 뒤엉켜 자동차 홍수를 이룬 서울.
좁은 도로, 옹색한 주차장시설 때문에 차들이 멈춰 설 데를 못 찾아 혼잡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요상가·시장을 끼고 있는 지역이면 으레 차량들의 불법 주·정차로 만성교통체증을 빚는 것이다.
하루 1천여 건의 주·정차위반을 적발, 조치하고 있지만 워낙 모자라는 주차시설 때문에 좀처럼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도로를 메우다시피 하고도 모자라 인도에까지 버젓이 서 있는 자동차들. 올림픽 개최도시서울의 불법 주·정차는 이미 그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도로의 한 차선은 온통 불법주차 차량들로 북적대기 일쑤예요. 종로에서 청계천방향으로 향하는 차들이 급히 차선을 바꾸느라 교통사고 위험마저 뒤따릅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서울청계천 5가 방산 시장 주변. 주차관리를 맡은 서울시설관리공단의 김 모 씨(35)는 차량정리에 진땀을 빼야 했다.
시장 쪽 4차선 도로에 40여 대의 화물트럭·승용차 등 이 뒤엉켜 이미 꽉 들어 차 있는 바로 옆의 유료주차장이 비워지길 마냥 기다리기 때문이다.
을지로 5가 쪽 사정도 엇비슷한 실정.
『주차금지구역인 줄은 알지만 다른 곳에 세워 둘 곳이 없어요. 매번 도로상에 차를 세워 놓을 수밖에 없죠.』
중앙시장 내 상점에 물건납품 차 소형화물차를 몰고 온 조모 씨(28)는 주차장부족을 들먹이며 항변한다.
『시장내 주차장이 비어 있을 때도 도로변에 차를 세워 놓는 경우가 잦습니다. 도로변에 상점이 있어 물건을 편하게 운반하려는 거죠.』
불법주차단속에 나선 한 교통경찰의 지적.
불법 주·정차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곳으로 빼놓을 수 없는 데가 영등포역 앞 버스정류장.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승객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버스는 승객들을 피하는 바람에 두 차례나 차를 놓쳤어요. 멀찌감치 정차하질 않나, 그나마 좇아가 보면 시간에 쫓겨 대충 태우고 떠나니 울화가 치밉니다.』
동료와 함께 업무 차 영등포시장을 들렀던 회사원 김창식 씨(40·서울 정릉동)는 30여 분을 길거리에서 허비해야 했다.
폭 2m의 좁은 도로에 늘어선 20여 군데 노점상들에게 자리를 뺏긴 시민들이 아예 차도로 몰려나와 혼잡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구청직원들 단속이 있다 해도 벌칙 금이나 구류 1∼2일 살다 나오면 그만이죠. 노점상이 유일한 생계수단인데 어쩝니까.』이곳에서 8년간 노점상을 해 왔다는 이모 씨(28)는 교통혼잡을 일으키곤 있지만 이곳을 떠날 수는 없다고 하소연한다.
도심·부도 심권 못지 않게 불법 주·정차가 판치는 외곽지역·천호동 네거리.
『인도를 버젓이 점거한 차량들이 매일 10여대가 넘는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상점입구 까지 가로막는 몰염치엔 기가 차더군요.』
인근 S피아노상점 오희철 씨(38)는 자가운전자들의 각성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지속적인 단속에도 뿌리 뽑히질 않습니다. 방학중의 아르바이트대학생과 함께 수시로 단속에 나서 많이 줄긴 하였지만….』주민들의 진정이 끊이지 않아 신경이 쓰인다는 강동경찰서 소속 이창석 의경(25)은 단속자체보다 스스로 법을 지키는 시민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제기동 경동 시장 입구 주변의 도로는 3차선이 쓸모 없게 된 대표적인 곳. 불법주차차량 때문에 자전거 및 상인들이 도로까지 나와 한데 엉켜 자동차가 지나다니기 힘든 정도다.
서울시경은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소키 위해 그 동안 서울시내 도심·부도심·외곽지역 등 3개 권 7개 지역을 주·정차 위반상습지대로 정해 집중단속하고 있으나 급증하는 차량증가를 단속이 못 따르고 있는 실정.
6월말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차량은 63만9천여 대.
서울시내 불법 주·정차 건수는 올 들어 6월말 현재 17만6백74건으로 이중 불법주차는 8만8천3백66건.
서울시 측은 시내 총 주차용량이 현재 31만4천대에 이른다고 밝혔으나 이중 70∼80%가 건축물부설이므로 실제 절실한 공공주차장, 특히 도심 권의 경우는 여전히 태부족상태다.
도심 권 주차 난 해결을 위해서는 적어도 7천3백여 대 분의 주차시설이 더 필요하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 없는 주차전쟁. 시민들의 질서의식과 자발적 협조만이 올림픽 때 주차혼잡을 극복해 낼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김기평·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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