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돌상 모던하게 차려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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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받는 밥상인 돌상.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돌상 앞에 앉아 사진을 한 장 찰깍. 그러곤 티없이 맑게 자라 오래오래 살라는 의미로 차린 백설기와 수수팥떡을 맛본다. 타래실.붓.돈.책 등도 함께 올려 아기의 장래를 점쳐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돌 상차림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제민지씨는 이런 돌상을 현대식<사진>으로 새롭게 차린다. 아기(여아 기준)와 엄마.아빠가 함께 자축하는 3인 상차림으로 아기가 입은 알록달록 색동옷의 분위기를 식탁보로 끌어들인다. 부모의 식기는 하얀 백자를, 아기의 식기는 핑크색 칠기를 쓴다. 백자엔 미역국에 흰 쌀밥을 담고, 핑크색 칠기엔 미역으로 만든 이유식을 담는다. 식탁의 꽃 대신 실타래.붓.돈.책 등으로 예쁜 장식물을 만들어 올린다.

아기가 자라 서당에 가면 '책례'라는 의례가 있었다. 한 권의 책을 떼었을 때 큰 상을 차려 스승에 감사하고 학동끼리 격려하는 풍습이다.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김민지씨는 현대식 책례 상차림에 옛 서당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한지를 식탁보로 쓴다. 식탁에는 닭백숙.국수장국.꽃떡.오색송편을 만들어 올리고, 스승을 위해 이강주도 준비한다. 학창시절 은사에게 음식을 대접할 때 딱 어울리는 상차림이다.

이처럼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의례 때마다 등장하는 전통 상차림을 현대적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실용적으로 제안한 테이블 세팅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식환경디자인협회(회장 황규선)가 15일부터 17일까지 대구 인터불고호텔 쁘라도 갤러리에서 여는 '통과 의례 한국 식탁전'이 그것. 대구에 그치지 않고 다음달(19~21일)에는 부산 부일갤러리에서 열고, 10월엔 전주와 서울까지 두루 돌며 순회 전시회를 갖는다.

한편 15일에는 오후 2시부터 일본의 저명한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오오타 도오루 교수를 초빙해 '일본의 통과 의례에 등장하는 경과자'를 시연해 보이기도 한다.
02-512-1022.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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