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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설립신청…뒷 얘기 무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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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번에 생명보험회사(전국규모의 내국 사)설립을 신청한 회사들의 면면을 보면 증권·투자금융을 주축으로 금융기관들이 대거 몰렸다는 게 특징.
대신 고려 대유 동남증권을 비롯 투자금융 4개 사, 손해보험 2개 사, 신한은행 등 이 신청된 18건 중 10건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이 같은 신청러시는 증시호황 등으로 여력을 갖춘 회사들이 종합금융업으로 영역확장을 시도하던 차에 재무부가 생보사설립에 금융전문회사의 진출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때문이라는 게 업계주변의 풀이다.
동방·교보 등 기존의 6개 생보사들은 영향력 있는 조직망을 갖춘 재벌그룹이 참여하는 것보다는 여러모로「잘된 일」이라고 평하면서도 금융업 경험이 있는 이들의 진출을 적잖이 신경 쓰는 눈치다.
신청회사들이 거의 모두 기업회장 등의 개인출자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전 동아일보 회장인 이동욱 씨(한국생명)나 보성 여 중-고 재단이사장인 최창근 씨(국민교육생명)처럼 특정개인이 신청한 경우 말고도 대신증권의 양재봉 회장, 아세아 종금의 설원식 회장, 한일투금의 배현규 회장 등 대주주 대부분이 관련기업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출자하고 있으며 법인이 출자한 것은 한양투금의 한양생명이 거의 유일한 정도다.
이것 역시 재무부가 보험사업의 전문화와 자금운용의 건전화 유도를 위해 개인출자 자 우 선으로 인가방침을 밝힌 데「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과연「실질」이 그럴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갸우뚱한 반응이다.
대성연탄 대표이자 청주상의 회장인 민권식 씨를 중심으로 충북출신 상공인 32명이 참여한 충북생명과 대주주 없이 5%이내의 소액주주 76명으로 구성된 동일생명은 신청회사들 중 특이한 경우로 18개 사중 3개 사가 똑같이 한국생명명칭을 쓰고 있는 것도 시선을 끌고 있다.
최종 18개 사가 신규설립신청을 낸 것으로 밝혀지자 생보 업계는『그 동안 설왕설래한 수십 개 사에 비하면 오히려 적은 게 아니냐』고 여유 있는(?) 코멘트를 붙이면서도 망연해 하는 표정이다.
29일까지 신청이 5개 사에 불과해 의외로 여겼는데 마감일 날 무더기로 13개 사가 몰리자『올 것이 왔구나』하는 기분이더란 얘기다.
이미 외국사지점 2개, 지방 생보 4개 사 등 올 들어 기존업계(6개 사) 숫자만큼이 증설돼 있는 판에 외국합작사·내국 신설 사 등 이 몇 개 사씩 다시 생긴다면 개방도 좋지만『해도 너무한 게 아니냐』는 하소연 섞인 반응이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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