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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설킨 연철분규 풀길 막연|파업까지 몰고 간 원인과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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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산=조용현 기자】8월초 부도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연합철강 부산공장근로자 2천2백여 명이 1일 총 파업에 들어감으로써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연철분규가 파업이라는 막바지사태로 치닫고 있다.
전 사주 권철현 씨의 원인무효소송, 양정모씨의 주식반환소송이 진행 중이고 동국제강 장상태 회장은 동국의 연철인수가 합법적이라고 맞서 경영권·노사분규의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실정.
그러나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투쟁이 경영권분쟁에 말린 것이 아니라 생존권투쟁이라고 주장, 공개입찰을 통해 제3의 양심 있는 기업인이 연철을 인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철은 국내 냉연강판 생산량의 25%를 차지하고 있어 공장가동중단으로 자동차 3사와 가전 3사 등 관련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1일 파업을 계기로 연철에 얽힌 문제들을 정리해 본다.
◇「정 추위」주장=근로자들은 지난 2월27일 서울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포항제철의 위탁경영진이 물러나고 김성덕 부사장과 김상옥 전무가 새 이사로 선임되자『동국은 신뢰회복 때까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86년 8월의 정부측과의 합의서 위반이라고 주장, 구사투쟁에 나섰다.
근로자들은 이에 따라 4월1일 노조와 대리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사원평의회를 모태로 연철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박기식)를 발족했다. 근로자들은「정 추위」발족 이후 퇴근 시 차량시위, 사직서 일괄작성, 가두시위·농성, 50% 감산, 집단휴가 등 끈질긴 투쟁을 벌여 왔으나 회사와 정부측의 반응이 없 자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파업에 들어간 것.
근로자들은『자산 3천3백84억 원, 당기순이익 58억 원의 연철이 자산 2천8백62억 원, 당기순이익 36억 원의 동국에 넘어간 것은 정경유착에 의한 비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국입장=동국 측은 연철의 인수는 정부와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으로부터 합법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경영 권욜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
또 근로자들의 경영간섭주장에 대해 지난 2월 주 총에서 임명된 김 부사장과 김 전무가 연철에서 18년 근무해 온 연철 맨인 만큼『신뢰회복 때까지 경영을 포기한다』는 86년의 합의사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동국 측은 이에 따라 정 추위와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올 들어 부산시에서 중재한 두 차례 협상에도 응하지 않았다.
◇연합철강=지난해 총 매출 4천5백84억 원, 당기순이익 2백26억 원의 실적을 올린「알짜」기업.
62년 창업 주 권철현 씨에 의해 설립돼 73년 수출 1억불 탑을 수상, 확장가도를 달렸으나 77년2월 외화 밀 반출 사건을 계기로 흑자 도산, 국제그룹 (회장 양정모)에 넘어갔다.
권씨는 국제그룹으로 넘어간 경위에 대해『철강업이 불황인데다 수출 가가 원가보다 낮아 수출을 꺼렸는데 이것이 수출드라이브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던 정부의 비위를 건드려 속죄양이 됐다』며『당시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딸의 치료비를 외화로 송금했는데 이를 빌미잡아 부도덕기업인으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연철의 주식은 현재 권씨가 36∼40%, 동국이 57%를 소유하고 있으나『동국 지분 중 40%는 제5공화국 핵심세력의 친·인척이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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