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소야대의 정국을 말한다-윤길중 민정대표 인터뷰|"타협과 대화로 운영의 묘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여소야대정국의 「소여」를 이끌고있는 윤길중 민정당대표위원은 취임후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하고있다.
구심점이 없다는 주위의 지적과 「허세」라는 야당측의 따돌림에도 아랑곳없이 윤 대표는『나는 훌륭히 역할하고 있다』고 의욕적이다.
『당의 원로로서 훌륭한 민정당의 대표주자를 만들어 내는데 역할을 하겠다』는 윤 대표는 야당과의 연정가능성에 대해선 『현재의 고비를 넘기고 난뒤 정권협력관계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29일 밤 8시 8일간 일정으로 필리핀과 일본 방문길에 오르기에 앞서 이날낮 당사대표 위원실에서 바쁜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한 윤 대표는 칠순의 나이에도 쇳소리가 나는 쩌렁한 목소리로 시종했다.
-이번 필리핀·일본방문의 목적은 어디에 있습니까.
『필리핀의 민주화과정을 살펴보고 일본의 정치모델과 정국운영 모습도 심도있게 관찰할 작정입니다. 사할린 교포송환문제와 관련해서도 깊은 대화를 나눠볼 참입니다.』
-4·26총선후 지난3개월은 여소야대구도의 시험가동기간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성급한 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런대로 여야가 타협과 대화와 정신으로 운영의 묘를 살렸다고 평가합니다. 개원국회에서부터 문제를 만들기 위한 논쟁으로 실질을 구하지 못하다 임시국회에서야 가까스로 특위를 구성하는 비능률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만.
거부권발동과 관련, 야당측이 숫자로만 해결하려한 것은 과거여당이 수로 제압하려던 발상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라 아쉬웠습니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합헌적 조치며 냉철한 판단위에 이뤄지는 것으로 그 기조위에서 새로이 협상하는게 대통령중심제 헌정의 상도인데 이번에 그러한 상도에 이르게 한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여야서로 자제력을 가졌고 대화의 정신을 살려 밝게해주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봅니다.』
-야당이 과반인데서 오는 고충이 크지 않았습니까.
『한차원 높은 민주발전·민주정착을 위해 국민들이 짜준 절묘한 구도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어려움이 있더라도 인내를 하며 대화와 타협외 길을 찾는 도리밖에 없죠.』
-광주·5공화국비리 등 국회의 각종특위는 어떻게 운영하겠습니까.
『조사할 것은 철저히 조사해서 의구심을 풀고 새 출발의 원동력으로 삼자는개 우리 당의 기본입장입니다. 광주특위의 경우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당시 계엄령은 왜 확대 발동했고 시민들은 왜 일어났으며 진압과정은 어떠했는지. 발포경위 및 진압시 과잉여부 등 진상을 밝히는게 특위의 1차 목표이니까요. 그러나 그런 일이 안일어날 것을 왜 일어났느냐는 등 정치적 원인부터 캐려하거나 혁명적·감정적 문제해결방식을 채택하려는데 문제가 있어요.
어떤때는 진상조사에 의지를 갖고 있는건지, 정치공세가 주목적이 아닌지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감정을 앞세운 일시적·혁명적 치유법으론 진정한 해결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자칫 인민재판이 될까봐 걱정이예요. 더우기 보복적 차원에서 접근하는건 절대 금물이지요. 우리당은 가급적 올림픽전에 빨리 마무리짓는게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물리적으로 힘들고…. 늦어도 금년안엔 끝맺음해야죠. 언제까지 과거에만 매달릴 수 있나요.』
-전두환 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성역인가요.
『조사에 성역은 없다는게 우리당의 일관된 방침입니다. 다만 전직국가원수를 직접 조사한다느니 증언대에 세운다든지 하는 것은 민주발전에도 보탬이 안되고 국가적 체면과도 직결된 문제 아닙니까.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잖아요. 이번에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사항들은 분명히 석명되도록 우리당은 최선을 다할겁니다.』
-올림픽이후의 정국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전체국민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가발전쪽에 의욕적으로 눈을 돌리리라고 봅니다. 사회전체가 성숙하게 되면 정치도 그에 따르겠죠. 흑백논리나 증오의 논리는 발전적으로 승화되리라 낙관합니다. 작년6월과 같은 사태를 빚을 큰 이슈도 없는만큼 올림픽 이후의 위기설은 결코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그때가 되면 중간평가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는데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을 밝혀주시죠.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닙니다. 당장 할일들이 많이 있잖아요. 금년이나 지나놓고 봅시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분명히 약속을 지킵니다. 지금 당장 투표를 해도 여당이 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재신임 투표를 고려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합헌적인 테두리내에서 중간평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겁니다.』
-윤 대표는 젊은 시절 혁신이론을 신봉했었는데 요즘 대학생들의 통일논의를 어떻게 보십니까.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나는 우려하지 않아요. 학생들이 곧바로 정치가가 되고 주체가 돼서 북측과 직접 담판을 주도하겠다고 나서는게 현실적으로 맞지않아 우려할 뿐이지. 어떤주의를 신봉한다고 국가발전에 해를 끼치는건 아니예요. 파괴행동을 동반하지 않는 한 전진적으로 수용하는건 정부의 책임입니다.』
-최근 민정당이 무기력하다,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많은데….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겠죠. 우리는 지금 잘해나가고 있어요. 대통령은 공약대로「보통사람」정치를 견지하고 있고 경제적 민주화 방향에 주력하고 있으며 북방정책을 비롯, 대외정책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고 통일에의 접근방법도 열심히 내실있게 진행하고 있잖아요.
우리국민성격이 다소 화끈한걸 좋아하다보니 전환기에서 불만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차근차근 밟아나가야지 혁명적 조치를 생각해선 안되는거 아니겠어요.』
-당내에서도 구심점이 없다,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많은줄 압니다.
『대통령중심제하의 여당대표위원이란 사실을 생각해야죠. 대표위원이 차치고 포치고 하면 화끈할지 모르나 지금은 대통령이 친정을 해야합니다. 정권교체시기가 아니고 시작시기란 점을 망각해선 안돼요.
당내 주자가 생겨 어떤 비전을 제시한다면 물론 활기도 있고 김씨와 대결하는데도 좋을 수 있겠죠. 그러나 지금은 국가경영상으로 옳지 않아요. 대통령취임이 6개월도 안된 시점이므로 모든 시선이 대통령에 집중돼야할 시기입니다. 많은 국력을 소모해 치른 선거에서 탄생한 대통령인만큼 대통령이 정책을 잘 수행하도록 관심을 쏟는게 나의 임무입니다. 당을 훌륭하고 냉정하게 이끄는 대표위원의 위상은 드높아졌고 잘한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매우 자신감 있는 어조로 답변)
-부총재경선은 실시할건가요.
『구상을 하고 있으나 지금은 구체적으로 거론할 때가 아니예요. 이번 일본방문 때 그런 면에 대해서도 관찰할 참입니다. 당내에 여러 주장이 나오고 선의의 경쟁을 해가며 대표주자가 만들어지는 방법을 찾아보겠어요. 나는 원로로 대표주자를 잘 길러낼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부총재 경선을 할 경우 대표위원제는 어떻게 됩니까.
『대표위원은 총재의 분신과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그리될 경우 대표위원은 전당대회에서 인준을 받는 형식이 좋다고 봐요.』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앞서의 본보인터뷰에서 「민정당은 중심도 없고 체제도 잡혀있지 않은 정당」이라고 비판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껄껄 웃으며) 광주특위다, 5공 특위다 해서 우리당이 수세에 몰린 듯 하니까 하는 소리겠죠. 여당이 지금 야당으로부터 당하고 있는 형국인데 나는 개의치 않아요. 오히려 지금은 당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당이 강인한 체질을 갖게되는 계기가 되거든요.』
-3김 총재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춧가루 뿌리는 질문을 하는구먼(웃음). 김대중씨는 세간에 너무 여러가지 이야기가 많으나 아주 냉철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국을 냉절히 판단하고 명석한 두뇌와 논리위에서 꾸준히 자기기반을 구축해 나가려는 정치가입니다. 빈틈없는 분인데…. 우리 정치에서 어떤 사회현상에 대한 공동의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남에게만 전가시키고 자신은 초연해하는 풍토를 나는 아쉬워합니다.
김영삼씨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때로는 즉흥적인 점이 없지않으나 추진력이 강한 지도자예요. 김종필 총재는 집권경험도 있고 냉철하면서도 무게있는 진중한 정치가로서 소질이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동안 말을 끊었다가)꼭 누가 대통령이 돼야 민주화가 되는 것이란 사고에서 아직 민주화가 미완성이란 내심을 깔고 자아비판을 전혀 하지않는 상태가 오늘의 현실이 아닌지….』
-3김 총재는 여야회담에시 윤 대표를 노골적으로 제외시키려하는 등 윤 대표로선 일종의 수모(?)를 겪기도 했는데…. 『(표정이 다소 굳어졌다)순전히 여당에 대한 감정적 차원의 발상에서 나온 것이지 다른 뜻이 있다고 보지 않아요. 곧 해소될 것이고 현재 정상화 돼가는 단계에 있어요.』
-야당과 연정을 시도할 용의는.
『특위정국이 끝나고 국민감정도 가라앉아 한고비가 넘어가면 야당과 정책협력을 해 나갈 경우도 있고 정권협력관계도 있을 수 있겠죠. 다만 어떤 정당이라고 특별히 규정하지는 않고 있어요.』 <인터뷰=허남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