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재록씨, 전방위 로비 구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본지는 신동아화재를 인수하려던 S사가 만든 회의 메모를 단독 입수했다. 이 회의록에는 '정부 접촉'이라는 별도의 항목에서 당시 김재록씨 등을 통해 재경부 고위 관료 A.B씨, 예보 고위 임원 C씨, 금감위 국장급 D씨 등을 접촉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회의록은 S사 대표 정모씨가 김씨 등과 회의하면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록에는 경제 관련 부처의 고위 관료 10여 명이 실명으로 적혀 있다. 특히 재경부 고위 관료 A씨, 금감위 D씨의 이름 뒤에는 김씨 이름이 함께 표시돼 있다. 이는 김씨가 이들 고위 공무원에 대한 로비를 담당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특정 인사의 이름에는 출신 고교를 적어놓는 등 학연.지연 등 각종 인맥을 동원한 흔적도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정부 관료에 대해서는 김재록씨가 직접 로비를 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재경부 관료 A씨의 경우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나 김씨가 친분이 깊은 A씨를 통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도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김재록씨는 당시 D.K.R화재 등 부실기업으로 분류돼 매물로 나온 기업들을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P&A 방식(부실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을 제외한 자산 등을 인수하는 방식)이나 컨소시엄 구성, 노조와의 고용승계 협상 등 구체적인 방안들도 제시돼 있다.

이에 앞서 김씨는 2002년 6월 S사 정 대표로부터 "신동아화재를 인수할 테니 대한생명과 일괄 매각하려는 정부 방침을 변경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지난달 24일 구속됐다.

김씨는 인수가 성사되면 성공 보수로 15억원을 받기로 별도로 약정했다고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밝혔다. 당시 신동아화재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부실 금융기관으로 공개매각이 추진 중이었으며, 대한생명과 함께 한화그룹에 매각됐다.

백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