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명분 없는 검사 항명, 원칙대로 수습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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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양부남(광주지검장)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단장과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주장하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잘못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지난해 말 춘천지검에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을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보고했을 때 질책하며 막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달 초 채용 비리 수사단이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계획을 보고하자 독립적 수사 보장 약속을 어기고 간섭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채용 비리 수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로 대검 반부패부 간부들을 기소해야 하는데, ‘전문자문단’ 의견을 들어본 뒤 결정하자며 처리를 유보시켰다는 것이다.

문 총장 측은 권 의원 소환과 관련한 질책에 대해 “구체적 혐의 포착 없이 일단 부르겠다는 취지여서 총장이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주 당시 춘천지검장도 “증거 확보와 법리 검토를 요구하는 정당한 수사 지휘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검사의 수사권 남용을 막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수사단 측이 밝혔듯이 문 총장이 재가한 상태다. 반부패부 간부들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가 결정될 때까지 연기시켰을 뿐이다. 문 총장이 반부패부 간부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전직 판검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의 견해를 들어보자고 한 것도 상식 밖의 일은 아니다. 전국 부패 수사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가진 검사장급 간부를 기소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탓하기 어렵다.

검사의 수사·기소권 남용을 막는 것은 검찰총장의 핵심 임무다. 그런데도 마치 검찰총장의 지휘를 수사 방해로 여기는 듯한 일부 검사의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어제 “수사 관계자들의 의견이 언론에 표출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검사들의 돌출행동 경위를 조사해 검찰 기강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