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신약 개발 중요한 파트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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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 컨벤션 센터에서 14일까지 열리는 '바이오 2006' 국제박람회에서 화이자의 피터 코어(사진) 연구개발 총괄 수석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오리지날 신약 카피는 무임승차"라며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근래 카피약으로 버티는 한국 등 아시아 나라들의 제약업계를 겨냥한 불만으로 들렸다.

"제약산업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입니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만든 신약을 이용해 거대 다국적 제약사와 중소 제약사가 공존할 길을 찾아야 합니다."

코어 부회장은 "한국이 생명공학 분야의 획기적 물질을 적잖게 내놓고 있는 만큼 건실한 제약회사들이 나서 이런 물질의 사업화를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화이자도 갈수록 늘어나는 신약개발 비용을 줄이려고 특허 물질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거나, 바이오 벤처 또는 대학 연구실 등을 찾아 기술 사냥에 나선다. 코어 부회장은 "현재 화이자의 400여 가지 약물 프로젝트 가운데 45%가 사외에서 아웃소싱한 것"이라며 "이는 75%에 달하는 실패 리스크를 줄이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좀더 중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 각지의 기술정보를 취합한 결과 신약후보 물질이 탄생하기에 충분한 기술력이 있고, 임상연구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이자가 2002년 한국에서 벌인 임상연구가 세 건인데 반해 지난해엔 50건으로 급증했다.

화이자는 올해 화학합성 신약보다 바이오 기술을 이용한 단백질 신약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주사제가 아닌 흡입형 인슐린 '익수베라'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글리벡이 잘 듣지않는 암 환자에게 약효가 있는 '수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화이자가 줄기세포 연구를 하는지 여부를 물었더니 그는 "큰 회사이긴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기 때문에 줄기세포 연구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줄기세포의 상용화 시기에 대해서는 "과학은 원래 어려운 일"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시카고=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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