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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냄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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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곳이 있었다. 5월 늦봄, 날씨마저 청명한데 제주도엔 귤나무 꽃이 만발해 있었다. 그 순하고 달콤한 향기는 살갗을 어루만지며 온 몸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시인「워즈워스」는 『전원은 신이 만들고 도시는 악마가 만들었다』는 말을 했지만, 전원에선 분명 천사의 냄새가 나는것 같다. 도시는 어디나 악마가 사는곳처럼 역하고 숨막히는 냄새로 가득하다.
서울은 일찌기 서양 선교사에 의해 그 악취가 세계에 소문난 일이 있었다. 1백여년전 미국 선교사「J·게일」은 그의 『코리안스케치』라는 기행문에 시구문(시구문)밖 얘기를 썼다. 그 시절엔 시체를 노천에 내버려 두는 일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극동의 통상적인냄새』운운 한것을 보면 꼭 우리나라만의 냄새는 아니었던 가보다.
옛날의 서울이 아니라도 뉴욕의 번화가에서도 새벽이면 악취때문에 숨막히는 일이 있다.청소차를 기다리는 쓰레기의 냄새가 그리 고약하다. 서양사람들은 한국사람에게서 마늘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 나라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보다 더한 노린내가 코를 막는다.
아뭏든 을림픽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도시에서 악취가 난다면 그야말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요즘 중앙일보의 올림픽 시리즈기사에서도 이 문제를 실감있게 다룬적이 있었다.
문제는 쓰레기다. 쓰레기를 그전처럼 되는대로 버려두면 차라리 풍화라도 되었는데 지금은 비닐에 담은 것이 흘러나와 악취는 더하다. 게다가 하천근방이나 하수구가 시원치 않은 동네는 숨이 막힌다.
요즘 소비자보호단체들이 나서서 악취를 없애자는 운동을 시작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루이틀에 될 일은 아니지만 을림픽도시다운 인상은 세계인들에게 보여주어야 할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겉만 번지르르한 올림픽에 여념이 없다. 그보다는 깨끗한 도시, 쾌적한 환경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쪽이 더 큰 감명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모를 조금이라도 보여 주려면 우선 서울의 모든 음식점들이 쓰레기만이라도 조심스럽게 간수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한결 서울의 냄새는 달라질 것이다.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쓰레기를 담는 든든한 비닐봉투 정도는 실비로 나누어줄수 있을텐데 그런 노력 하나 없다.
보여줄 것 없는 서울에서 냄새마저 나면 정말 무엇을 자랑해야 할지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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