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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카네이션 대신 들꽃 다발…괴산 송면중 학부모들의 깜짝 선물

중앙일보

입력

충북 괴산 송면중 교직원들은 15일 오전 학부모들에게 야생화 꽃다발을 선물받았다. [사진 송면중]

충북 괴산 송면중 교직원들은 15일 오전 학부모들에게 야생화 꽃다발을 선물받았다. [사진 송면중]

스승의 날이 되면 길가에 핀 들꽃을 교사들에게 선물하는 시골 학부모들이 있다.

애기똥풀·매발톱꽃 등 야생화로 꽃다발 만들어

전교생 28명의 산골 학교인 충북 괴산군 송면중학교 교직원들은 15일 오전 8시40분쯤 형형색색의 들꽃으로 만든 꽃다발 4개를 받았다. 이 꽃다발은 이 학교 학부모들이 길가나 집 마당, 텃밭에 핀 야생화를 꺾어 만든 것이다.

스님 머리를 닮은 불두화와 애기똥풀, 매발톱꽃, 냉이꽃, 비비추, 샤스타데이지 등을 끈으로 묶어 사용하지 않는 된장·고추장통을 꽃병으로 활용했다. 스승의 날에는 학생대표 등이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꽃 외에는 교직원들에게 금액과 상관없이 어떤 선물도 할 수 없다.

야생화 꽃다발. [사진 송면중]

야생화 꽃다발. [사진 송면중]

야생화 꽃다발을 준비하는데 든 비용은 ‘0원’이라고 한다. 이날 오전 6시 학부모 6명이 마을 어귀에 모여 야생화를 채취한 뒤 한 시간 동안 작업을 한 끝에 꽃다발을 완성했다. 이 꽃다발은 교장실과 교무실, 행정실, 도서실, 급식실에 전달됐다. 김민지(43·여) 송면중 학부모회장은 “올겨울 날이 너무 추워서 들꽃이 피지 못할까봐 걱정을 했는데 꽃다발을 만들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공예를 따로 배운 학부모는 없지만, 꽃다발을 묶는 것부터 포장, 예쁜 손글씨로 카드를 만드는 것까지 재능기부를 해줬다”고 말했다.

송면중 학부모들은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3년부터 야생화 꽃다발을 선물하고 있다. 김 회장은 “시골 정서에 맞게 들꽃을 꺾어서 꽃다발을 선물하는 게 어느새 전통이 됐다. 학부모들은 감사의 표현할 수 있고 선생님들은 부담 없이 꽃을 받는다”고 했다. 이 학교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송면초에 재학 중이던 2008년부터 야생화 꽃다발을 만들어 선물했다고 한다.

야생화 꽃다발. [사진 송면중]

야생화 꽃다발. [사진 송면중]

김상열 송면중 교장은 이날 SNS에 “최근 어려워진 사회 분위기 때문에 어떻게 감사한 마음을 전달할까 고민하던 학부모들이 야생화로 꽃다발을 만들어 아침 일찍 가지고 오셨다”며 “비용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지만 받은 저희 교직원들은 수백만 원짜리 명품보다 더 값진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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