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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과에 기업가 프로그램 … 창업 플랫폼도 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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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마사 폴락

마사 폴락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의 공통점은 뭘까. 미국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 그리고 대학 중퇴자들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대학은 기업가 정신을 배우기에 적당한 장소가 아닌 걸까.

한국 코넬대 동문회 찾은 폴락 총장 #인공지능 시대 인문학 교육 늘려야

미국 코넬대의 마사 폴락(60·사진) 총장은 “실제로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성공한 경우는 매우 적다”며 “대부분 성공한 창업자는 대학 교육을 이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취임한 폴락 총장은 인공지능을 전공한 컴퓨터 과학자이자 코넬대 사상 두 번째 여성 총장이다. 인공지능 분야의 과학자로서 그는 “대학은 학생에게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할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시대에 인문학 교육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폴락 총장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국 코넬대 총동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총동문회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김영준 매그나칩반도체 대표 등 코넬대 동문 130여 명이 참석했다.

코넬대 총장이 한국 동문회를 찾은 것은 11년 만이다.
“한국 코넬대 동문회에는 1200여 명의 회원이 있다. 코넬대에는 115개국 출신의 학생들이 있는데 한국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학생을 보내고 있는 나라다. 이번 학기에도 375명의 한국인이 코넬대에 등록했다. 또 한국 학자 53명이 올해 객원연구원으로 머물고 있다.”
기업가 육성을 위한 특별한 교육이 있나.
“기술 교육과 사회인문학 교육, 그리고 기업가 정신 교육을 한다. 세상의 어떤 문제도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인간의 사고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올바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없다. 좋은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코넬대는 모든 학과에서 ‘기업가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을 돕는 온라인 플랫폼도 제공한다. 코넬대 공대 석사과정에서는 학생들이 팀을 꾸려 실제 기업이 의뢰한 전략적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41개의 스타트업이 코넬대 공대에서 탄생했다.”
많은 이가 제4차 산업혁명을 두려워한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과 기술 개발로 인해 직장을 잃을까 하는 걱정이다.
“4차 산업혁명은 양면이 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부 직업이 사라질 수 있지만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빚어질 혼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학생에게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당장 대체되지 않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다문화 의식, 타인과의 차이를 극복해 소통하고 협업하는 능력, 정확하고 설득력 있게 말하고 쓰는 능력과 높은 수준의 비판적 사고력을 육성해야 한다. 이런 능력은 인문학 교육을 통해 얻어진다. 디지털 세상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기술 교육이 필요하지만 인문학 교육 역시 중요하다.”
컴퓨터 과학자이자 코넬대의 두 번째 여성 총장이다. 한국에서는 과학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활동하는 여성의 비중이 작다.
“다트머스대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던 당시 우리 학년의 남녀 비율은 3대 1이었다. 미시간대에서 컴퓨터 공학 분야 연구원으로 일할 때 나는 유일한 여성 연구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코넬대 공과대학 입학생 중 51%가 여학생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나는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사회 생활을 하면서 여성에 대한 편견을 많이 느꼈다. 이런 편견은 지난 수십 년, 아니 수백 년간 여성들의 사회 참여에 걸림돌이 돼왔다. 하지만 더 많은 여성이 사회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수록 편견은 사라질 것이다.” 

송경선 기자 song.kyoung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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