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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작가 박태원작|이상모델 소설 2편 발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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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19일 해금된 월 북작가 박태원이 30년대문단의 천재 이상 (1910∼1937)을 모델로 삼아 쓴 단편소설『애욕』과『제비』가 최근 발굴돼 화재를 모으고있다. 월간 문예지『문학이상』의 자료조사연구실 김종욱 연구위원이『문학이상』8월호에 공개한 이들 작품중『애욕』은 천재작가이기 이전에 한 남성으로서 모순된 사랑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이상의 심리를 섬세하게 드러낸 작품이며『제비』는 이상이 종로통에 냈던 다방「제비」의 풍경과 그곳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들을 다룬 작품이다.
박태원이 34년 조선중앙일보에『소세가 구보씨의 일일』을 연재할때 이상이 하융(하융)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삽화를 그려주었을만큼 둘의 관계가 친밀했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있다. 박태원이 동료작가 이상을 소설의 실제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것은 30년대문단을 휩쓸었던 정지용·김기림·이태준·이상등「9인회」멤버를 중심으로 한 당대 모더니스트들이 얼마나 가깝게 친교했는지 잘 보여준다.
34년 조선일보에 연재된바 있으나 창작집에 수록되지 않았던 까닭에 지금까지 박태원의 작품연보에 들어있지 않았던『애욕』은 이상이 36년 자신의 단편『봉별기』에서 적었던「금홍」과의 연애를 제3자의 입장에서 2년앞서 다루고 있어 흥미를 끈다. 『애욕』에서 이상은 젊은 화가 하웅(이상의 필명「하융」을 빗댄듯함)으로, 제비다방은 마로니에다방으로, 금홍은 다른남자에게 달아나버린 계집으로, 작가 박태원은 자신의 필명 구포로 등장한다.
이상을 모델로 한 소설로는 유일한 이 작품은 난해한 이상의 문학세계에 접근하는 단서의 하나로 평가되는「자학적인 성적콤플렉스」를 그의 복잡한 여성편력을 통해 보여주고있어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자신을 배반하고 떠나버린 여인들을 증오하기보다는 못내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던 이상의 애정심리와, 따라서 세인들의 눈에는 방탕과 타락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던 이상의 사생활이 박태원 특유의 절제되고 계산된 문장을 통해 묘사되어 있다.
에세이풍의 짧은 단편『제비』는 이상이 죽은뒤인 39년 쓰여졌는데, 33∼35년 이상의 제비다방시절 이야기를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손님이 들든말든, 장사가 되든말든, 마실것으로는 가배(코피)와 홍차만을 팔았던 제비다방시절을 회고하고있는 이 작품은 식민지치하 30년대 모더니스트를 상징하는 천재 이상의 권태와 냉소, 체념과 자학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씨는『박태원의 작품 발굴을 통해 아직도 우리현대문학사의 가장 난해한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이상의 삶과 문학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를 얻게 되었다』며 박태원의 소설발굴을 계기로 문단및 학계의「잃어버린 문학찾기」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했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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