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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임금 9.1% 인상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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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의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노조와의 임금 협상이라는 풀기 어려운 일에 부닥쳤다. 현대차 노조는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올해 임금 인상 요구안을 평균 기본급 대비 9.1% 오른 12만5524원으로 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2000~2004년의 두 자릿수 인상 요구보다 낮지만 지난해(8.48%)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노조는 또 ▶시급제를 호봉제로 전환하고 ▶직무 및 직책 수당을 인상하며 ▶종업원 고용안정을 위해 외주 생산을 줄이고 ▶사무 계약직을 정규직화할 것 등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특히 검찰의 현대.기아차그룹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회사 측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회사 측이 내세운 비상 경영은 부품사 노동자와 원청.하청 업체 임금을 동결해 계열사 확장과 정치권 로비에 자금을 대는 수단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또 "임금 인상안은 회사의 지급 능력과 올해 예상 물가인상률 및 경제전망 기대치 등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한 액수"라며 "사측의 임금 동결 주장은 비자금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최근 불거진 사회공헌 논란에 대해선 "정당한 주주의 이익과 노동자의 삶의 질을 외면하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선심 쓰듯이 사회공헌 기금을 내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최근의 경영 환경 등을 고려할 때 노조의 요구는 너무 심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외환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의 원-달러 환율 및 엔저 상황과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최악의 경영 환경에서 노조 측이 지난해보다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밝혔다. 또 "노조가 회사의 어려운 대내외 환경을 이해하고 협력해 주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장기적 고용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이어 노조의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라는 난제가 '엎친 데 덮친' 격이어서 해법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검찰 수사와 임금 협상이라는 두 가지 난제가 해외 공장 건설 등 기존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힘든 상황이다. 노조는 이 요구안을 열흘쯤 뒤 회사 측에 전달하며, 노사 양측은 이달 말께 상견례를 시작으로 3~4개월의 줄다리기 협상을 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임원진 일부가 최근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이어서 무척 힘든 임금 협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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