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 부활한 ‘은행 고시’ … 뱅커 꿈꾸는 당신, 전략 바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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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원은 꿈이 아니라 평균이다. 이곳에 들어가면 그렇다. 업무 강도를 고려하면 공기업 수준의 ‘신의 직장’은 아닐지언정 인간계 최고의 직장, 은행 얘기다. 지난해 남성 정규직의 평균 급여액은 4대 시중은행 모두 1억원을 웃돌았다. 은행은 취업준비생이 선호하는 직장이지만 채용 비리 여파로 취업이 쉽지 않았다.

하반기 3000여 명 선발 예정 #10개 은행 ‘채용 모범규준’ 마련 #외부 인사 면접 참여 객관성 담보 #임직원 추천제 폐지해 비리 차단 #원하는 인재상은 ‘창의적 금융인’ #근속 연수 KB, 연봉은 하나은 최고

필기 부활한 ‘은행 고시’

필기 부활한 ‘은행 고시’

하지만 하반기엔 은행권 취업 문이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부터 200명을 뽑는 상반기 채용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반기엔 550명을 더 선발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300명을 뽑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채용인원(30명)의 10배에 달한다. 하반기엔 몇 명을 선발할지 정하진 않았지만, 최소 지난해 수준(450명) 이상은 채용할 계획이다. KB국민·KEB하나은행 등은 하반기에 지난해 수준(각각 500명, 250명)을 웃도는 인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4대 은행만 합쳐도 올해 하반기 2000명에게 채용문이 열린다. 이밖에 아직 채용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NH농협·IBK기업·KDB산업·수출입은행 등 다른 은행들까지 합하면 3000명을 웃도는 취업준비생에게 입행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발 과정에서는 이른바 ‘은행 고시’인 필기시험이 전면 부활할 전망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면서 10년 만에 필기시험을 부활했다. 기존에는 KB국민·KEB하나·NH농협은행 등 일부만 채용 절차에 필기시험을 뒀다.

필기시험은 성적으로 사람을 줄 세우는 수단이다. 필기시험 성적이 좋은 사람이 과연 은행에 필요한 인재인가는 의문이다. 한 은행권 인사담당자는 “은행은 서비스 업종인 데다 최근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력이 점점 중요한 능력이 되는데 이는 필기시험 성적과 큰 관련이 없다”며 “은행마다 원하는 인재상도 달라 필요에 따라 필기시험을 없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으로 지원자를 걸러내는 1차 관문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지 모른다는 의혹이 있었고, 은행권 채용비리는 사실로 드러났다.

은행연합회는 채용비리 사태 이후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 초안을 마련했다. 모범규준 태스크포스(TF)에는 KB국민·IBK기업·NH농협·KDB산업·신한·우리·부산·SC제일·KEB하나·한국씨티 등 총 10개 은행이 참여했다.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모범규준에는 필기시험 도입 이외에 서류전형 평가의 외부기관 위탁, 블라인드 면접 방식 도입, 외부인사의 면접 전형 참여 등의 내용이 들어간다. 금수저 비리의 온상으로 비쳤던 임직원 추천제는 전면 폐지된다. 모범규준은 의무사항은 아니다. 도입 여부는 은행 자율에 맡긴다.

은행권 일자리를 놓고 취업 준비생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점 수가 가장 많은 은행은 국민은행이다. 1057개에 이른다. 지점이 점차 폐쇄되는 와중에 1000개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직원 숫자도 가장 많다. 모두 합쳐 1만7222명에 이른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평균 20년 4개월을 근무하고, 지난해 1억1000만원을 받았다. 월급도 많고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이다. 과거에 비하면 근속 연수가 줄고 있다. 2015년에 비해 근속 연수가 1년 줄었다.

신한은행은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일은 많지만 돈은 많이 주는 은행’으로 통한다. 실제로 남성 정규직의 지난해 연봉은 1억1000만원으로 KB국민은행과 같았지만, 근속연수는 17년으로 3년 4개월이나 짧다.

KEB하나은행은 남성 정규직 평균 연봉이 1억2100만원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외환은행 출신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과의 합병 과정에서 새로 신입사원은 별로 뽑지 않고, 임금 수준은 과거 업계 톱이었던 외환은행 수준으로 맞춰주다 보니 평균 연봉이 높아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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