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北은 여전히 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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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채용게시판 앞을 학생이 지나고 있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4.5%로 전년 동월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1년 3월 5.1%의 실업률을 기록한 이후 3월 기준으로는 17년 만에 최고치다. 같은 기간 15~29세 청년실업률은 11.6%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0.3% 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 3월 11.8% 이후 2년 만에 최악의 청년실업률이다. 2018.4.11/뉴스1

11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채용게시판 앞을 학생이 지나고 있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4.5%로 전년 동월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1년 3월 5.1%의 실업률을 기록한 이후 3월 기준으로는 17년 만에 최고치다. 같은 기간 15~29세 청년실업률은 11.6%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0.3% 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 3월 11.8% 이후 2년 만에 최악의 청년실업률이다. 2018.4.11/뉴스1

“문재인 정부 1년 동안의 경제는 국가 개입주의와 설계 주의에 함몰됐다. 경제가 설계의 대상일 수 없다. 적당한 온도, 습도 그리고 햇볕이 식물을 무성하게 하듯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 주체의 경제 활동을 북돋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년간의 경제정책에 대한 본지 설문조사(8일자 1·4·5면)에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남긴 평가다. 설문조사에 응한 경제 전문가 40명이 지난 1년간의 경제정책 점수를 평균 58점(100점 만점)으로 매겼다는 건 조 교수와 인식을 공유하는 이가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1년이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고용 쇼크’를 비롯해 일련의 부진한 경제지표들을 정당화하는 요인이 될 수도 없다.

우려스러운 건 청와대가 최근 들어 남북문제에 올인하느라 경제 문제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느냐는 지적이나온다는 점이다. 80%에 가까운 지지율에 도취해 낮은 경제 점수를 작은 소음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지율은 국민이 꿈에서 깨 경제 현실에 눈을 돌리는 그 순간, 빠른 속도로 하락한다. 이미 여러 정권에서 차고 넘칠 정도로 입증된 사실이다.

혹여 청와대가 남북 화해를, 경제 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 해결의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있다면 걱정스럽다. 가뜩이나 ‘판문점 선언’에 경의선 연결 등 경협 문제가 일부 포함되면서 남북 경협에 대한 각종 장밋빛 환상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남북 경협은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하지만 아직 미래에 대한 아무런 보장이 없는데도 환상은 점점 덩치를 키우고 있다. 접경 지역 땅값이 들썩이고, 남북경협주가 고공 행진하는 등 실물 경제에서도 영향이 읽힌다. 현실이 환상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실망감은 배가된다.

남북 경협의 성공이 당장 국민 개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남쪽 기업들이 앞다퉈 북한에 생산시설을 설립한다면 남쪽 고용 사정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수천조원으로 추산되는 통일 비용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 지하자원의 규모와 사업성에 대해서도 이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애초에 북한 경제의 실체에 대한 통계조차 제대로 없는 실정이라 기본적인 리스크 평가조차 쉽지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이 멀리 있다고 하면 안되갔구나”라고 말했지만, 최소한 경제에 있어서만큼은 여전히 북한은 멀리 있다.

청와대가 남북 이슈에 쏟는 열정의 일부만이라도 할애해 각 언론사의 경제 정책 설문조사 결과와 거기 담긴 전문가의 제언을 정독하는 시간을 갖길 바라본다.

박진석 경제부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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