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ㆍ일ㆍ중 정상회의에서 만났던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다롄 방문 사실을 한국에 미리 알려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7~8일 43일 만에 이뤄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방중’ 사실을 한국 정부에 통보한 데 대한 사의 표명이었다.
천안함 국면서 벌어졌던 '오보 사태'
8년 전인 2010년 5월 3일.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열차 편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당시의 방문지도 다롄이었다. 4월 30일 이명박(MB) 당시 대통령의 방중 이후 사흘 만에 이뤄진 전격 방문이었다. 김정일의 방중 사실은 그를 촬영한 언론 보도로 확인됐지만, 중국은 김정일의 귀환일인 7일에야 정부에 공식 통보했다.
당시는 천안함 폭격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급속히 경색된 민감한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MB의 방중 직후 김정일의 방문을 받아들이면서 방중 사실조차 한국에 귀띔하지 않아 외교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2011년 5월 20일. 김정일은 또 방중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가 “김정은이 방중한 것으로 안다”는 사인을 내보내면서 일제히 ‘김정은 단독 방중’ 보도가 나갔다. 이는 당일 오후 중국이 김정은이 아닌 김정일의 방중 사실을 확인하면서 ‘대형 오보 사태’로 결론 났다. 중국의 확인이 이뤄지는 9시간 동안 한국 정부는 오보를 바로잡지 못했다. 정보에서 소외돼 있다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9일 새벽, 사고 아닌 사고
청와대는 주변국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ㆍ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상황에서 북한을 비롯한 미국, 중국 등 핵심 당사국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도 정상 간 ‘핫라인’ 설치를 마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지난 9일 ‘사고 아닌 사고’를 쳤다. 한ㆍ일ㆍ중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던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북한의 미국인 억류자 송환 결정을 환영한다”는 서면 브리핑이 새벽 4시 51분에 노출된 것이다. 2시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사실을 밝히며 억류자 송환 가능성을 언급한 시점이었다. 송환 결정이 이뤄지기도 전에 ‘잘못’ 노출된 메시지에 청와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 실수로 나갔다”며 언론에 보도 유예(엠바고)를 요청했다.
분명한 ‘사고’였지만 청와대가 폼페이오의 방북 사실은 물론 방문의 목적과 그 결과까지 미리 알고 있었다는 증거다. 실제로 9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국이 폼페이오의 출국 시점에 한국에 이를 통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싱가포르→판문점→다시 싱가포르
청와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2일 북ㆍ미 정상회담의 싱가포르 개최’를 밝히는 과정에 대해서도 별도 간담회를 통해 소상히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6월 12일 무렵에 싱가포르에서 개최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정의용 안보실장이 일주일 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러 갔을 때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의 방미는 지난 4일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판문점에서 할 경우 자연스럽게 북ㆍ미 회담 뒤에 (문 대통령이) 합류할 수 있었겠지만, 싱가포르라면 우리가 가서 남ㆍ북ㆍ미 3자 회담을 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며 “현재로써는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갈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3자 회담에 대해서는 “북ㆍ미 회담 결과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가능하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