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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권논쟁…작용과 반작용|성병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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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산일보파업사태로 신문등 언론보도의 편집권문제가 세인의 관심사가 되었다. 신문의 편집권이 무엇이며 그것이 누구에게 있는가하는문제가 우리나라 언론계에서 제기된것은 대체로 60년대중반부터였다.
그때까지 우리언론계가 당면한 문제는 주로 외부로부터 가해지는언론자유에 대한 제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였다. 거기선 언론기관의소유주·경영진·편집간부·일선기자가 대체로 힘을 합쳤다.
때문에 신문제작을 둘러싼 내부갈등이란 문제는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60년대전반까지 편집권의 문제라면 그것은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언론기관의 자율을 지킨다는 의미가 강했다.
언론기관 내부에서 경영에 대한대립 개념으로 편집권을 처음 들고나온 것은 아이로니컬 하게도 언론계가 아니라 정부쪽이었다.
66년11월 당시 공화당정부는「언론공익 보장법안」을 성안해 언론계의 의견을 구했다. 특정인의 신문에 대한 집중투자금지, 신문·방송경영의 분리, 편집인회의 설치등을 통해 편집의 독자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언론계 내부에서 경영인·편집인·일선기자간의 의식분화가 없었기 때문에 이 법안은언론계에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나 외부의 압력이 당시 재정적으로 취약점을 지닐수밖에 없었던신문소유주나 경영자를 통해 가해지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영과 편집이 어떤 관계에 있어야 하느냐는 의미의 편집권문제가 제기되게된 것이다.
70년대의 편집권논쟁은 동아·조선사태로 피크에 이르렀는데 그 과정에서 일선기자들로부터 편집권의귀속에 대해「신문·방송·잡지의 경영관리자 혹은 이의 위탁을 받은편집관리자」「제작최고책임자인 편집국장·보도국장 또는 츨판국장」「최종적으론 편집국장, 실질적으론평집국장·부장·기자간 분담」이란몇갈래의 의견이 제기됐다.
80년대 들어서는 권력이 언론간섭을 넘어 직접 지배체제를 확대함에 따라 언론사 내부의 분화과정이 더욱 심화된다. 80년의 언론통폐합에 따라 13개의 전국적인 신문·방송·통신매체중 7개가 정부의 직접지배를 받는 이른바 여권매체로 개편된다.
최근 언론기관의 단체협약 교섭·체결과정을 보면 편집권문제에 관해대체로 두가지 흐름이 눈에 뛴다.
하나는 정부의 직접지배를 받지않는 신문사들의 경우다. 이 경우는「노사는 편집권의 독립을 인정한다」「노조는 회사의 경영권과 편집책임자의 편집권을 존중한다」는선에서 합의를 보고있다. 경영으로부터 편집의 독자성을 주장할수 있는 근거마련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다른하나는 여권매체의 경우다. 부산일보사태에서 볼수 있듯이 편집국장·보도국장 추천제, 직선제 또는사원지주제등 편집권독립의 선언에서한걸음 더 나아가 그것을 제도적으로보장하는 장치까지마련하려하고있다.
미·일·서구등 선진외국에서는 편집권 또는 편집방침(Editorial Policy)을 정하는 책임이소유주또는 경영자에 귀속하는 것으로 대체로 양해되어있다. 물론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거기에는 편집관리자에게 제작책임을 맡긴다는기본전제가 깔려있다.
2차대전후 편집권문제로 노사분규를 숱하게 겪였던 일본은 수개월의 토의끝에 1948년 신문협회의「신문편집권 확보에 관한 성명」을 통해『편집내용에 대한 최종적 책임은 경영·편집관리자에 귀속되기 때문에 편집권을 행사하는자는 경영관리자및 그 위탁을 받은 편집관리자에 한한다. 신문기업이 법인조직인 경우에는 취체역회·이사회등이 경영관리자로서 편집권행사의 주체가 된다』고 선언, 이를 관행으로 확립시켰다.
부산일보사태 와중에서 한국신문협회가 내놓은 편집권에관한 성명은이 일본관행을 교본으로 한듯하다.
소규모 지방신문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미국은 편집방침 결정에 소유주 또는 발행인의 영향이 전통적으로 강하다.
그러나 서구제국의 경우는 편집방침의 최종귀속은 소유 내지 경영에 속하더라도 나라와 회사에 따라 운영방식의 차이가 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호주의 신문재벌「머독」이 인수하면서 편집불간여를약속했으며, 업저버지는 편집의독립을위해 독립디렉터시스팀을 운영한다.
프랑스의 유력지 르몽드는 사원지주제에 따라 사장직선제·기자회의 편집권참가등이 보장되어 있다. 동독의 쥐트 도이체 차이퉁지등 일부 언론사중에는 기자의 편집방침결정과정 참가 또는 편집책임자 임면에 대한 편집간부진들의 의견개진권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한국은 우리나름대로 특수사정이있는만큼 선진외국의 예가 적용될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들 나라들은 편집방침의 결정주체는 여하간에 편집책임자의 전문가로서의 능력과 전문영역을 존중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도 편집인에게제작을 맡기는 분위기였던 60년대 전반이전에 내부적으로 편집권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던 것은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오늘날편집권문제를 둘러싸고 여권매체내의진통이 더 심한것도 마찬가지다.
작용이 크면 반작용도 크다. 권력의 무리한 언론통제·지배욕이 편집을 경영으로부터 완전 차단시키려는 지금의 반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그 반작용이 막대한 돈이 드는언론기관에서 경영주가 투자·경영의욕을 잃게되는 또다른 반작용의 악순환을 낳아서도 불행이다. 서로 모두 이점을 염두에 두어 적정한 수준을 지켰으면 싶다.

<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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