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까지 검찰 수사 선상…본사 재무팀 등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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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리스크 무풍지대’로 불리던 LG그룹이 오너 일가의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최호영)는 9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서울 여의도 LG 본사에서 LG 재무팀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에 따르면 LG는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LG 일가가 소유하고 있던 LG 계열사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100억원 대의 양도세를 탈루한 혐의에 대해 국세청이 지난달 고발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LG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31명이다. 이번 수사 대상에 구본무 LG 회장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 등 오너 일가 여러 명이 포함됐다. 구본능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다.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친아버지이기도 하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 구광모 상무는 현재 수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 LG상사를 시작으로 LG그룹 내 계열사 간 거래관계와 총수 일가의 주식변동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LG가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하기 위해 구 회장 등 개인 대주주 35명이 보유한  LG상사 지분 24.7%를 2967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4세이자 유일한 후계자로 손꼽히는 구 상무는 그간 경영권 승계를 위해 LG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만약 구 회장이 구 상무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그룹 경영 전체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현대차동차·롯데에 이어 LG까지 재계 5위권 그룹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LG 관계자는 "일부 특수관계인이 주식을 매각하고 세금을 납부했는데 과세당국에서 납부액이 적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정진우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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