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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음부 손 댄 건 다 아는 발성지도법…인민재판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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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자신의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 전 감독은 이날 직접 재판에 나왔다. [연합뉴스]

9일 자신의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 전 감독은 이날 직접 재판에 나왔다. [연합뉴스]

극단을 운영하며 극단원들을 성추행하고 유사강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9일 열린 첫 재판에 나왔다. 이날 재판은 정식 공판이 아닌 공판을 준비하는 기일이어서 본인이 나오지 않아도 됐지만 이 전 감독은 직접 법정에 나왔다. 쑥색 긴 팔 수의 차림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부장 황병헌)는 이날 법원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102석)의 중법정에서 이 전 감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 전 감독은 "생년월일이 무엇인가" "주거지는 어디인가" "직업은 무엇인가" 등 본인임을 확인하기 위한 재판장의 질문에는 "1959년생이다" "경남 김해시다" "연극연출가다" 등 답변을 했지만, 이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판이 끝날 무렵 재판장이 "피고인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원합니까"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이 전 감독은 옆자리에 앉은 변호인을 통해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조용히 전했다.

이용훈(60·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가 이날 주로 말을 했다. 이 변호사는 '여배우들에게 안마를 시키며 성기 주변을 주무르게 하고, 여배우들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등 23회에 걸쳐 8명을 추행했다'는 혐의에 대해 "정당하거나 잘못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안마는 오래 합숙훈련을 하는 동안 피곤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지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연기 지도를 하면서 여배우들의 민감한 부위에 손을 대는 등 추행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이는 피고인의 연극에 대한 열정이나 피고인의 독특한 연기 지도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감독은 지난 2월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지만 그의 성범죄를 증언하는 ‘미투(#MeToo)' 운동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뉴스1]

이 전 감독은 지난 2월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지만 그의 성범죄를 증언하는 ‘미투(#MeToo)' 운동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뉴스1]

이 변호사는 이어 "'미투(#MeToo)' 물결을 타고 많은 배우들이 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하고 있는데, 연희단거리패에 있던 다수의 단원들은 모두 피고인의 지도방법에 대해 수긍하고 따라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나만 예를 들면 이렇다"면서 "피해자의 음부 상부에 손을 대서 추행을 했다는 내용이 있다. 연극배우가 무대에서 마이크 없이 발성하기 위해서는 단전에 힘이 들어가고, 복식호흡을 해야 음을 제대로 낼 수 있다. 그런 발성을 지도하기 위해 '이 부분에 힘을 줘 복음으로 소리를 내라'고 한 것이고 모든 단원들도 그렇게(지도방법의 하나로로) 인식해 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내용까지 검찰이 공소장에 써넣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1991~2010년 사이에 피해자 15명으로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쓰여 있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은 2010~2016년 사이 피해자 8명에 대한 것이다. 본말이 전도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에서 준 기록을 복사했는데, 삭제된 부분이 많다. 피해자 이름은 모두 가명이고, 모두사실 부분에는 이런 가명조차 쓰여 있지 않아 누가 무슨 진술을 했는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상태로 진행한다면 마치 인민재판식의 여론몰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맞은편에서 듣고 있던 손진욱 검사는 "가명 조서여서 파악이 어렵다고 하시는데, 여기 나와 계신 최충단 변호사님께서 경찰·검찰 단계 모두 참여를 하셨고 피고인의 기억력도 상당히 좋은 편이어서 누군지 다 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2주 뒤인 25일에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갖기로 했다. 이날을 끝으로 공판 준비를 마친 뒤 피해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는 등 본격 공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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