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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으로 길 냈더니 떴다…뭔가 다른 연희동 건물 57채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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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벽돌과 검정 타일로 마감한 모던한 외관의 카페 노아스 로스팅, 차고를 개조한 아늑한 느낌의 이탈리아 음식점 에노테카 오토…. 서울 연희동의 카페 거리에서도 분위기 좋기로 소문난 이들 상점은 공통점이 있다. 상점 건물이 모두 김종석(50) 쿠움파트너스 대표의 손길을 거쳐 새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서울 연희동 일대 50여채 건물을 짓거나 리모델링한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 [사진 쿠움파트너스]

서울 연희동 일대 50여채 건물을 짓거나 리모델링한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 [사진 쿠움파트너스]

김종석 대표는 연희동 유명 인사다. 2003년 처음 연희동에 건물을 지은 이후로, 연희동에 지금까지 그가 짓거나 고친 건물이 57채다. 연남ㆍ합정동 등 마포 일대를 합치면 100채 가까운 건물을 손댔다. 2010년엔 주민 20여명과 ‘연희동 카페거리 발대식’을 열며 지금의 카페거리 조성을 이끌기도 했다.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fol:in)이 19~20일 여는 지역 탐방 프로젝트 [뜨는 공간의 비밀_연남 그리고 연희]에 참석하는 그를 8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 대표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건축 설계사는 아니다. 연필로 짓고 싶은 건물을 스케치하면, 건축 설계사가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설계도를 만들고 인ㆍ허가한다. 시공을 직접 맡기도 한다. “일종의 건축 기획이라고 할까요. 디자인 컨셉을 잡고, 마감까지 제가 챙깁니다. 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어깨 너머로 그린 도면이 흠잡을 데 없다고들 하더라고요.”

원래 그는 전기 공사를 하는 기술자였다. 젊은 건축가들과 작업하며 당시 최신식이었던 건축 양식을 다양하게 접했다. 건축가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늘 예쁜 것들을 좋아했어요. 전기 공사를 하면서도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제가 나서서 조명을 디자인해 달기도 했는데, 다들 보기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참 기분이 좋더라구요.”

2002년 전기 공사를 하다 큰 부상을 입었다. 먹고 살 길을 궁리하다 이듬해 연희동에 땅을 매입하며 연희동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스스로 디자인해 건물을 지어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보름 만에 임대가 다 나갔고 한달 만에 큰 수익을 남기고 매각했다. 그렇게 한채씩 건물을 늘리기 시작했고, “우리 건물도 지어달라”는 부탁이 여기저기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의 건물은 무엇이 달랐을까. 기존의 건축과 다른 파격적 요소가 여럿이다. 대표적인 것이 오픈 계단이다. 그가 지은 건물은 대부분 도로에서 2, 3층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오픈 계단이 설치돼 있다. 다른 가게를 거치지 않고도, 누구나 2, 3층의 가게에 바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계단의 디자인 자체가 건물을 돋보이게 하는 건 물론이다. “계단이 거리를 집으로 끌어들인다고 생각해요. 2, 3층으로까지 길이 연장되는 거죠. 저는 상점 하나하나가 모두 도로와 통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누구나 문 하나만 열면 서로 만날 수 있어야 해요. 오픈 계단은 이런 접근성을 높여주는 장치이구요.”

연희동엔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가 디자인한, 오픈 계단이 강조된 건물들이 여럿이다. [사진 쿠움파트너스]

연희동엔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가 디자인한, 오픈 계단이 강조된 건물들이 여럿이다. [사진 쿠움파트너스]

프로젝트 [뜨는 공간의 비밀]을 이끄는 심영규 건축PD는 “김종석 대표는 골목과 소통하는 건물을 기획한다는 점에서 인테리어 중심의 리모델링 트렌드를 뛰어넘는 강점을 가진다”며 “현장에서 쌓은 기획과 시공 경험 덕분에 땅과 건물을 보면 어떤 식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최적일지 알아보는 안목이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김종석 대표는 연희동 카페거리가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장소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벌이고 있다. 김준ㆍ배준성ㆍ최유람 등 실력있는 미술 작가들이 연희동에 작업실을 낼 수 있도록 도왔다. 건축가 김중업씨가 설계한 단독 주택을 카페로 개조시키기 위해 건축주를 설득하기도 했다. 지금은 연희동의 랜드마크가 된 ‘에스프레소 하우스’다. 이 외에 청담동 퓨전 한식집 주인 등 실력있는 외식 사업가들을 연희동으로 유입시켰다.

“가장 중요한 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동네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력파 미술 작가들이 연희동에 들어온 뒤로 많은 작가들이 연희동에 작업실을 냈어요. 요즘은 패션 디자이너나 요리사 같은 젊은 창작자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심영규 건축PD가 기획하고, 김종석 대표와 음성원 에어비앤비 미디어정책 총괄,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 등이 참석해 연남ㆍ연희동 매력 공간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지역 탐방 프로젝트 [뜨는 공간의 비밀_연남 그리고 연희] 참석권(https://goo.gl/6FkmCD)은 14일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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